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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프로젝트을 점검하고 연구하라

신오덕 2015. 4. 1. 15:33
[이인식 과학칼럼] `인간의 뇌`를 10년 안에 만들 수 있다고?
기사입력 2015.03.31 17:25:24 | 최종수정 2015.03.31 17: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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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두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뇌를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서 디지털 뇌를 만드는 것이다. 역설계는 제품을 분해해 설계를 알아낸 뒤 그대로 모방하는 기술을 뜻한다. 다른 하나의 방향은 뇌 안의 신경세포(뉴런)가 연결된 상태와 전기적 활동을 나타내는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뇌를 역설계해서 디지털 뇌를 만드는 기법으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활용된다. 시뮬레이션이란 실제로는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간단히 흉내내는 모의실험을 의미한다. 뇌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면 뇌의 구조와 기능을 실물처럼 모방한 디지털 뇌를 얻게 된다.

뇌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도전하는 대표적 인물은 스위스 계산신경과학자 헨리 마크램이다. 2009년 7월 테드(TED) 강연에서 마크램은 "사람 뇌를 10년 안에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인공 뇌는 사람과 거의 비슷하게 말도 하고 행동도 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추진 중인 `인간 뇌 프로젝트(HBP·Human Brain Project)`는 과학계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12년 마크램은 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HBP는 사람 두개골 안의 뉴런 890억개와 이들의 100조개 연결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뇌의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면 신경과학·의학·컴퓨터 기술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램은 HBP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위원회의 연구과제 공모에 신청했다. 2013년 1월 28일 유럽위원회는 10년간 10억유로를 지원하는 과제의 하나로 HBP가 선정됐다고 발표해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뇌를 연구하는 두 번째 접근방법은 뇌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2005년 100조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뉴런 연결망을 지도로 나타내는 학문이 출현했다.

`뇌지도 프로젝트`에서 뇌신경 연결 지도는 커넥톰(connectome), 커넥톰을 작성하고 분석하는 분야는 커넥토믹스(connectomics)라 불린다. 2009년 7월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는 5개년 계획으로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CP)`에 착수했다. 2010년 9월 NIH는 워싱턴대에 3000만달러, 하버드대에 850만달러를 지원했다. 워싱턴대는 1200명의 커넥톰을 작성하고 있다.

물론 커넥톰이 완성되면 뉴런의 연결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테지만 뇌의 활동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커넥톰으로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 상태를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뉴런이 주고받는 신호가 우리의 생각·감정·행동으로 어떻게 변환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한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2012년 격주간 학술지 `뉴런(Neuron)` 6월 21일자에 이런 뇌 지도의 개발을 제안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 제목은 `뇌 활동 지도(BAM·Brain Activity Map)와 기능적 커넥토믹스의 도전`이다. 이 논문이 계기가 돼 BAM 프로젝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 2기의 핵심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2013년 4월 2일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계획(BRAIN Initiative)`을 발표했다. 브레인은 `첨단 혁신 신경공학을 통한 뇌 연구(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를 뜻하는 단어의 첫 글자로 만든 약어다.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간 지놈 프로젝트(HGP)에 투자한 예산이 1달러마다 140달러를 미국 경제에 되돌려주었다"고 강조하며 브레인 계획에 10년간 매년 3억달러, 곧 3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약속했다.

사람의 디지털 뇌가 완성되고, 사고와 행동의 기초를 이루는 뉴런의 전기적 활동을 나타내는 지도가 제작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뇌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청신호가 켜질 뿐만 아니라 현대과학이 풀지 못한 난제의 하나인 의식의 근원이나 무의식의 세계 같은 미답의 영역이 모습을 드러낼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