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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육성을 위해 뛰어라

신오덕 2015. 4. 3. 14:33
[매경춘추] 한의사와 의료기기
기사입력 2015.04.02 18:01:30 | 최종수정 2015.04.02 22: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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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세계의사회 회장으로부터 서한이 날아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 중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에 대해 "보건의료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 안전에 위협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학을 양·한방으로 양분하고 의사면허제도도 이원화한 고유한 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오늘날 동·서양의학이 서로 대립하지 않고 서양의학은 동양의학을 포함한 보완의학과 장단점을 보완하여 통합의학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함으로서 통합의학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는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양·한방이 이원화된 의료체계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는 양·한방진료를 각각 또는 이중으로 이용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체계 때문에 중복검사나 오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현대 의료기기는 현대의학의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해왔다. 이의 사용과 결과의 판정은 오랫동안의 교육과 수련,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한의대 교수들은 한의대 6년 교육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의대 교육만으로는 부족하여 진단검사의학이나 영상의학을 전공의과정 4년과 전문분과 전임의과정 2~3년을 마친 후에야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게 된다.

단순히 검사하고 판독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적응증에서부터 방법의 선택, 운용과 결과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과 엄격한 관리가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37년 경력의 내과의사다. 하지만 필자도 진단검사의학이나 영상의학 전문의사의 판독을 바탕으로 결과를 판단하고 해석하는 체계적이고 신중한 과정을 거쳐 진료에 적용한다. 한의학계에서도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통한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육성을 위해 오랜 기간 수련하고 교육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가의료장비 밀도는 세계 최고로, 무분별한 검사를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은 환자를 위한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의료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해 양·한방 통합진료가 가능하도록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일원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순남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