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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풀어라

신오덕 2015. 4. 3. 14:43
[매경의 창] 대학개혁의 두 바퀴, 자율과 책임
기사입력 2015.04.02 17:26:01 | 최종수정 2015.04.02 17: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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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대학 총장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황 부총리는 교육부가 앞장서서 대학을 재단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안을 토대로 적극 지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학 운영을 `사회적 교육기금`을 설립해 대학 경영을 지원하는 안도 제시했다.

부총리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교육부가 대학을 일방적 평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자원 배분 기능을 해왔다는 점을 어느 정도 시인한 셈이다. 그러기에 부총리가 제안한 사회적 교육기금이 또 다른 교육부 주도 개혁의 명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그럼에도 향후 교육부가 직접 대학 개혁을 주도하기보다는 대학의 자발적인 정책 제안과 노력이 먼저라고 인식했다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대학 개혁이 다시 화두다. 다음 세대의 교육이 국가와 사회의 명암을 좌우하기에 대학교육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유감스럽게도 요즘 대학에는 생동감이 사라졌다. 대학은 교육부의 구조조정 요구에 대응하느라 급급하다. 국가연구비 심사 요건을 갖추느라 정작 연구할 시간이 없다는 교수들 푸념도 여전하다. 학생들은 소중한 대학 시절에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고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넓은 백사장에서 홀로 모래를 퍼내는 아이와 같이 목적 없는 스펙 쌓기에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 대학에 생동감을 다시 불어넣어야 한다. 교수도 학생도 흥에 겨워 공부하고 토론하는 새로운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에너지는 `자율`에서 나온다. 대학에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선택할 수 있는 전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 교육부와 대교협 가이드라인 때문에 원하는 학생을 뽑지 못하는 대학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을 기대할 수 없다. 각 대학의 특수한 입시 가이드라인이 당국의 일반적 가이드라인을 압도해야 대학 색깔이 살아난다. 흔히 말하는 대학 특성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대학에 생명의 숨소리가 돌아온다.

오랫동안 금기로 돼온 `기여 입학제`도 이제는 허용돼야 한다. 기여 입학제가 대학에 생동감을 불러올 수 있다면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기여 입학의 중요한 수혜자는 대학과 재단이 아니다. 바로 우리 국가와 사회를 이끌고 갈 미래 세대다. 이들 어깨가 펴지고, 얼굴에 생기가 넘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피해 갈 이유가 없다.

대학의 교과과정 운영도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한다. 대학이 다양한 융합 전공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학 학기제도도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1년 세 학기 제도도 고려해야 한다. 교수와 학생이 두 학기 동안 집중해서 공부하고, 한 학기는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경험과 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에는 필연적으로 `책임`이 수반된다. 책임 없는 자율은 대학 캠퍼스를 무법천지로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대학 몫이고, 교수 몫이고, 학생 몫이다. 책임이 따르는 자율의 연습은 우리 다음 세대가 만들어 갈 미래 시민사회의 훌륭한 연습장이 될 것이다. 대학이 그 연습장이 돼야 한다.

부총리가 언급한 사회적 교육기금보다 우리 대학교육에 더 시급한 것은 `사회적 신뢰자본`이다. 정부가 대학을 믿지 못한다면 진정한 개혁은 요원하다. 대학 개혁은 과감한 실험으로 시작돼야 한다. 각 대학 나름의 정교한 인재상과 교육이념, 실천 방안을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이 허용돼야 한다. 정부는 무한 신뢰의 시선으로 대학을 바라봐야 한다. 대학도 미래 사회에 대한 책임감으로 정부의 신뢰에 화답해야 한다. 대학 개혁은 자율과 책임의 토양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마동훈 고려대 언론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