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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성고민을 살펴라

신오덕 2015. 7. 8. 12:44
“각방 쓰는 87세 남편 밤마다 성관계 요구 실랑이…”

보건복지協 최근 6년 노인 性상담 9070건 분석

 

 

性기능 21%·부부性갈등 18%

“남자 생겨 죽은 남편에 미안”
뿌리 깊은 유교 관념 여전

부산 첫 전용상담소 운영
5개월간 접수 25건 그쳐


4년 전 남편을 여읜 A(70) 씨는 최근 20세 연상의 남성과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연인과 사랑을 나누고 성적인 접촉을 하는 것이 죽은 남편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아비를 섬기는 것은 죄’라고 여겨온 탓에 시간이 갈수록 죄책감은 깊어졌다. 결국 A 씨는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에다 고민을 털어놨다.

상담사로부터 “노년기의 사랑은 지극히 정상인 일이고, 이를 숨기거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들은 A 씨는 그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B(79) 씨는 남편과의 불편한 성생활 탓에 노인종합복지관 성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B 씨는 8세 연상인 남편의 잦은 성관계 요구가 부담스러워 속앓이를 해왔다. 고민 끝에 각방을 쓰기로 하고 밤마다 문을 잠근 채 잠자리에 들고 있지만, 이따금 남편이 문을 두드리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통에 실랑이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번은 남편에게 자위용 인형을 선물하겠다고 했지만, 되레 “나를 뭐로 보는 것이냐”는 호통만 들었다.

상담사는 “성관계만이 성생활이 아니며 부부간에 스킨십도 성생활”이라고 조언했다.

C(87) 씨는 최근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에서 성기능 감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상담사는 “아내가 좋아하는 어깨 마사지나 다리를 주물러주는 것만으로도 부부간의 즐거운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지방자치단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 상담센터에는 노인들의 말 못할 성 고민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은 자녀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성 관련 고민을 상담소에 어렵사리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부터 노인들의 성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해까지 모두 9070건의 성 상담을 진행했다.

노인들은 노화로 인해 감퇴하는 성 기능(1963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토로했다. 부부간 성 갈등(1690건), 이성교제(1196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노인들 사이에서는 성적인 담론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일이 익숙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산의 부산진구보건소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노인 전용 성 상담소 운영을 시작했지만, 5개월 동안 접수된 상담 건수는 25건에 불과했다.

부산진구보건소 관계자는 8일 “직원들이 보건소를 찾는 노인에게 상담을 권하면 쑥스럽다며 피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조환 부산진구보건소 성상담소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유교 관념 때문에 노인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늙은이의 주책’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나이 들어 노년이 되더라도 건전한 성 의식을 가지고, 노년의 삶을 윤택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