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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노동보다 감정노동이 힘들다

신오덕 2015. 7. 30. 12:36
[세상읽기] 감정노동자 배려가 필요한 이유
기사입력 2015.07.29 17:20:45 | 최종수정 2015.07.29 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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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육체 노동보다 감정 노동이 주가 되는 직업이 증가했다. 감정 노동이란 얼굴과 몸으로 표현되는 감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직장과 고객들이 기대하는 감정을 보여주도록 요구되는 노동이다. 고객이 그 어떤 행동을 해도 웃고 긍정적이어야 하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실제 자기 성격과 감정을 숨기며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은 매우 높다. 콜센터 직원, 승무원, 호텔 직원, 식당 종업원과 같이 서비스 업계 직종이 바로 감정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 인구 1600만명 중 70%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감정 노동자는 이 중 절반인 6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한 갈수록 이런 서비스 직종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여성 근로자 중 68%가 감정 노동자다. 이들은 고객에게 성희롱을 당하거나 신체 접촉을 당하기도 하는데,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은행권 감정 노동자 가운데 절반은 우울증이 의심되고, 실제로 20% 정도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도 일반인에 비해 남자는 3.7배, 여자는 2.9배나 높다는 조사도 있다. 그래서 감정 노동자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금융업계에서는 콜센터 근로자에 대한 상습 성희롱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현대카드도 콜센터 불만 회원들을 유형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침을 마련하는 심리학 연구를 진행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콜센터 직원들 정신적 피해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서적인 괴롭힘은 심리적인 고통을 유발하게 된다. 타인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쥐를 대상으로 살펴본 실험이 있다. 어린 쥐 한 마리를 나이 든 쥐가 있는 우리에 넣어 놓고 10분 동안 접촉하게 했다. 새로운 쥐가 들어오게 되면 서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고 싸우게 된다. 하지만 어린 쥐는 곧 자신이 사회적 위치상 더 낮음을 깨닫고 가만히 있게 된다. 이후 같은 우리 안에 있는 이 두 마리 쥐 사이에 벽을 두어 나누었다. 유리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이든 쥐가 어린 쥐에게 신체적 공격을 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둘 사이 놓인 벽에는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보고 들을 수 있다. 아무리 벽이 있고 신체적 공격을 직접 받지 않는다고 해도 나이든 쥐가 어린 쥐 있는 쪽 구멍으로 냄새를 맡고, 계속 주시하면서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괴롭힘을 가하게 된다.

이렇게 10일이 지난 후 혼자 지낸 다른 어린 쥐 편도체와 외측중격 등 뇌 부분을 비교해 보았다. 이는 정서와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뇌 부분이다. 그 결과 괴롭힘을 당한 쥐는 사회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호르몬 수용체가 더 많이 생산되었다. 즉 과다하게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 그래서 상황이 안전해져도 계속 공포나 불안 증상을 보였다. 이후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착한 쥐들과 같이 있게 되는 상황에서도 불안해하면서 경계하는 행동을 계속 보였다. 인간은 더 할 것이다. 타인에게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사람을 두려워하게 하고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감정적인 학대를 받는 것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의 공포와 불안이 뇌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사람들 관계에서 겪는 심리적·정신적 고통은 신체적 폭력보다 더 큰 폭력일 수 있다. 내게 무조건적으로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정한 존중은 상대적이다. 존중에서 진정한 친절이 나온다.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바로 이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