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고 궁금증을 풀어라 본문

행복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고 궁금증을 풀어라

신오덕 2015. 8. 4. 10:18
[독자 칼럼] 비만, 설탕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사입력 2015.08.03 17:05:40 | 최종수정 2015.08.03 17:06:17
보내기

 

"설탕은 몸에 안 좋겠죠? 비만이랑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

얼마 전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환자가 질문을 해왔다. 환자는 TV에서 본 레시피를 따라 요리하다 문득 궁금해졌다고 했다. 최근 누구나 맛있고 쉽게 요리하는 레시피를 소개하는 이른바 `집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환자들이 식재료와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묻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들어 고혈압에서부터 당뇨, 비만, 심지어 치매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병이 설탕으로 인한 것처럼 쓰인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기에 일반인들은 설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환자의 질문을 듣고 난 후 비만과 설탕 섭취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최근의 기사들을 찾아보니 우리와는 식습관이 너무도 상이한 외국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한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기에 의료인으로서 이러한 정보들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외국인 대상이 아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료들을 분석해 보았다. 연구 결과는 최근의 기사들과는 반대였다. 체질량지수에 따른 여대생의 영양소 섭취 상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정상군의 설탕 섭취량이 과체중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고 분석됐다. 이외 서울지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정상 체중군이 과체중군보다 설탕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기사들의 내용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보였다.

어찌 보면 예상된 결과이다. 비만은 특정 식품군의 섭취 양보다 오히려 섭취하는 음식의 총량과 활동량, 음식을 먹는 습관, 질병 등 다양한 요소들과 관련되어 있다.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발생하는 비만이라는 질환을 단순히 설탕 섭취라는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사고의 비약이다. 설탕을 주식으로 삼고 섭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옆구리에 찌워진 살 탓을 설탕에 돌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식품 관련 기사는 충분한 근거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아야 한다. 비만은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적절한 활동을 통해 피할 수 있다. 부디 우리 사회가 비만을 설탕 등 일부 식품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영양 상태를 균형 있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정보가 충분한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박경식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