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네 가지를 끊어버리는 힘으로 가라 본문

행복

네 가지를 끊어버리는 힘으로 가라

신오덕 2015. 8. 4. 10:42
[世智園] 노욕(老慾)
기사입력 2015.08.03 17:22:59 | 최종수정 2015.08.03 17:24:45
보내기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은 영생불사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각종 미신과 불로초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13세에 왕이 되어 39세에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 진시황은 통치 말년 미신에 빠져드는데 아방궁,병마용, 만리장성 등이 모두 그 미신의 산물이다. 불로불사를 꿈꾼 진시황이 동방의 삼신산(三神山)에 먹으면 죽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영험한 버섯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방사(方士) 서복(徐福)을 파견한 일은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서복은 돌아오지 않고 진시황의 불안 분노 증세가 심해지자 그의 전의(典醫)는 수은을 처방했다. 수은을 바르면 얼굴이 팽팽해지고 하얘지는 효과가 있어 진시황은 수은을 불사약으로 여겼다고 한다. 진시황은 불과 50세에 순행길에서 사망하는데 사인은 수은 중독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청나라 말기 서태후는 생전에 `살아있는 부처(老佛爺)` 혹은 `살아있는 조상(老祖宗)`이라고 불렸다. 고령의 서태후가 정사를 쥐락펴락하는 통에 신하들도 노욕(老慾)과 노추(老醜)의 폐단이 많았다. 42년간 청나라를 지배했던 서태후는 1908년 이질로 사망했는데 그의 나이 73세였다.

권력자의 최종 목표는 무병장수, 불로장생으로 정착되지만 이만큼 허황된 일이 없다. 중국 역대 왕들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썼지만 평균 47세를 넘기지 못했다. 역대 27명의 조선 왕 중에서는 영조(83세)를 포함해 60세를 넘긴 이가 6명에 불과하다. 조선말 평균 수명은 30세 전후였다.

인간 수명 측면에서 21세기는 `기적의 100년`이다. 원시인류의 평균 수명이 10년, 기원전후 인간의 평균 수명이 20년 남짓이었고 현생 인류 탄생 이래 모든 인간의 평균 수명을 따져보면 18세 정도라고 하니 현재의 평균 수명 82세가 오히려 비정상이다.

논어 자한편에 보면 `공자께서는 말년에 네 가지를 끊어버렸으니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었고, 반드시 어떠해야만 한다는 마음이나 고집도 없었으며, 자신을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는 마음조차 없었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는 노년에 접어들자 청년 시절엔 여색을, 중년 시절엔 투쟁을, 노년 시절엔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며 `군자삼계((君子三戒)`를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아집이 세지고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혈기가 이미 쇠약한 탓에 판단력이 흐려질 우려가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연 매출 83조원, 종업원 23만명의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연일 부자간, 형제간 골육상쟁으로 만신창이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주총도 이사회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총수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된다니 놀랍기 짝이 없다. 노욕을 넘어 노추로 얼룩진 기업인의 말년이 아쉽고, 그런 아버지를 앞세우거나 밀어내는 아들들의 모습도 안타깝다. 기하급수적인 수명 연장 시대를 맞아 이제는 상속승계 상한 연령도 아예 법으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 잠시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본다.

[채경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