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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을 아는 자는 행복하다

신오덕 2015. 8. 6. 12:14
[매경춘추] 三思一言
기사입력 2015.08.05 17:56:45 | 최종수정 2015.08.05 1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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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 숨은 재주꾼이 많다. 승마, 댄스, 연극, 사진, 기타 연주, 노래, 트럼펫 등등. 서예에 뛰어난 직원도 있다. 충남 부여에 있는 제지본부에 근무 중인데 국전 입상 경력이 있는 실력파다. 대전충남미술대전 초대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가끔 자신의 작품을 선물하기도 한다.

사장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작년 6월 이분이 내게 두 점의 작품을 보내왔다. 수처작주(隨處作主)와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글귀였다. 직장인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어디에 있든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뜻의 수처작주는 본사 현관 입구에 걸어 많은 직원들이 왕래하면서 볼 수 있게 했다.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삼사일언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경구였다. 액자의 위치를 고민하다가 책상에 앉으면 바로 눈에 들어오도록 내 방 전면의 벽에 걸었다. 가끔 쳐다보면서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실제로 직원들의 설명을 듣거나 보고를 받을 땐 액자에 눈길을 한 번씩 주고 있다. 직위가 올라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는 체하려는 못된 습성이 생긴 것 같다.

예를 들면, 담당자가 검토한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다 좋은데… 하지만…`이라는 식으로 애써 토를 달려고 한다. 때로는 보고사안과 직접 관련 없는 문제를 끄집어내어 보고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당장 결정하는 데 자신이 없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미루고 싶을 경우 속내를 감추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수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면 아무래도 사장으로서 권위가 서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탓일 게다. 아니면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본능적으로 듣는 것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내게 `삼사일언`은 어디서 말을 멈춰야 할지 경고해 주는 황색신호등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등 보탬이 될 게 없는 사족이라고 여겨지면 `좋은 생각이군. 수고했어`라고 즉시 끝맺도록 주의하고 있다. 굳이 덧붙여서 나아질 것이 없으면 입을 다무는 게 상책이다. 부가가치를 더해주지는 못할 망정 혼선만 초래함은 최악의 상사가 되는 지름길이다.

보고자가 돌아간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 안 하길 잘했구나 생각되는 때가 많다. 역시 말을 해서보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三思一言`, 평생을 두고 붙잡아야 할 인생지침이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