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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깊이있게 통찰하라

신오덕 2015. 8. 6. 13:10
[세상읽기] 현장경영의 虛와 實
기사입력 2015.08.05 17:39:52 | 최종수정 2015.08.05 19: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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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으로 취임한 첫날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인근의 기업을 방문했다. 첫날부터 현장에서 업무를 시작하는 기관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의 일정도 보니 일주일에 두세 곳의 현장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니 외부에서 온 기관장은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방 곳곳의 기업을 방문해 현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어느 기관장은 매일 한 군데씩 기업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1년 동안 200여 곳의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도 한다.

이와 같이 공공기관의 기관장이나 민간기업의 경영자들이 애호하는 경영기법으로 `현장경영`이 꼽힌다. 2000년대 후반 이후에 경제환경이 급변하면서 일선 현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신속한 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로 대두되는 추세에서 현장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직의 정점에 있는 최고경영자가 다양한 현장을 직접 접촉하고 체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상 경영자는 보고서와 회의를 통해 현장을 이해한다. 현장의 상황은 숫자나 문자로 요약되어 전달되고 중간관리자와 임원을 통해 여과되어 전달되기 때문에 경영자가 상세한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실감각이 떨어진 경영자가 `탁상공론`에 의존하여 현장과 괴리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런 경우에 현장 체감도가 낮은 정책이 수립되어 엇박자가 나기 쉽고 그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영자이건 현장을 잘 알고 현장 중심으로 경영한다는 평을 듣고 싶어한다. 반대로 `현장을 모른다`고 하면 무능한 경영자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한때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우문현답`이라는 건배 구호가 즐겨 사용되기도 했다.

국민도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 최고책임자가 현장에 나와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 현장으로 달려가는 책임자들의 모습은 이제 낯익은 장면이 되었다.

그러나 현장경영이란 구호 아래 단지 현장에 출현만 하여 언론에 보여주거나 또는 여러 현장을 훑고 지나가며 구경만 하는 전시경영이 팽배하다. 긴급한 사고 현장에 경영자가 출동하여 오히려 현장 전문가의 일을 지체시키거나 방해하기도 한다.

현장경영의 진정한 의미는 현장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일선 부서가 고객 지향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긴급하고 특별한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먼저 해결하고 사후에 절차를 밟아 보고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 전염성 질병의 감염 확산 사태에선 공무원이나 정치인보다 질병 관리 전문가들에게 확실하게 현장의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재난사고 현장에서는 소방 구조 전문가들이 책임자로 결정권을 가지며 그들의 지시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영자는 단순히 현장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장의 직원 및 고객들과 소통하며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본사나 관리 부서는 일선 부서를 아래로 보고 군림하거나 감독하려 하지 말고 현장 부서를 도와주며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중앙집중적으로 본사에 권한이 쏠리고 모든 지시가 일방적으로 하향 전달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영자가 백날을 현장에 다녀도 소용이 없다. 다양한 현장의 상이한 업무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경영자가 현장에 출동해 세부적인 일까지 지시하는 것이 오히려 탁상공론이며 현장 경영에 반하는 것이다.

현장경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현장 부서와 후선 부서 간의 권한과 책임이 분권화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 쌍방향 의사소통이 활발한 개방형 기업문화가 구현돼야 하며, 형식이나 규정보다 실질적 문제 해결과 고객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적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