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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일을 확인하라

신오덕 2015. 8. 7. 09:50
[I ♥ 건축] 골목과 스마트폰
기사입력 2015.08.06 17:22:08 | 최종수정 2015.08.06 17: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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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요즘 왜 사람들이 북촌 같은 골목길 상권으로 많이 갈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오락적 자극을 찾는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자연 공터에서 잠자리나 물방개를 잡으면서 뛰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TV는 저녁 6시에 나오는 만화영화 보는 게 고작이었다.

세월이 흘러 공터는 줄고, 대신 TV는 점점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TV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TV를 본다는 것은 결국 변화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뇌를 자극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TV와 극장 같은 영상 매체로 자극을 받다보면 우리는 점점 더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거실과 극장은 모두 실내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외부의 자극과 자연이라면 TV는 자극만 있고 자연은 없다.

이제 골목을 살펴보자. 골목에는 우선 자연이 항상 있다. 골목길과 복도는 둘 다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이지만 차이점은 골목에는 항상 하늘이 있고, 복도에는 형광등만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은 몇 발자국만 걸어도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서 나타난다. 변화의 밀도가 높다. 옷가게와 구두가게에서 구경을 하고 사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고, 피곤하면 카페에서 앉아서 쉴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인간의 근본적인 `의식주`가 다 해결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연인 하늘을 계속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거리에 나가면 다른 이성을 접할 기회도 높아진다. 본능상 붐비는 곳에 갈 수밖에 없다.

그럼 혹자는 "골목은 예전에도 그랬는데 왜 지금 사람이 더 가는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유는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골목상권에 나오면 실내에서 보는 영상 매체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영상 매체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 가능해졌다. 더 이상 답답한 방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욕구, 외부적 자극,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스마트폰이 주는 자유가 합쳐져서 최근 들어 사람들이 점점 더 골목길 상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