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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신오덕 2015. 9. 14. 09:35
[기자 24시] `수술 공화국` 대한민국
기사입력 2015.09.11 16:32:31 | 최종수정 2015.09.11 16: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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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장 많이 아픈 곳이 바로 허리(척추)다.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한다. 또 가장 많이 생기는 병의원이 척추관절 분야다.

환자와 병원이 많은 만큼 과잉수술 논란이 거세다. 화끈한 국민성도 수술을 부채질한다. 최근 5년 척추수술 건수가 무려 100만건 이상 청구됐다. 인구 10만명당 척추수술 건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로 세계 최고다.

수술공화국 대한민국의 오명은 누구의 잘못인가?

의사 50%, 환자 50%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의사는 다른 병의원에서 무슨 약과 주사, 치료를 받았는지 자세히 묻고 환자는 잘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묻는 의사들은 거의 없다. 진료시간이 짧다고? 의사의 성의 문제다.

X레이나 MRI를 찍고 그 영상을 보면서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여기에 오류의 함정이 있다. 영상과 실제 통증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수술을 권하는 곳이 적지 않다. 요통환자 대부분은 X레이나 MRI를 찍어보면 변형돼 있다. 거리에 걸어다니는 정상 보행자도 MRI를 찍어보면 10명 중 6~7명이 척추가 똑바르지 않다. 소나무가 똑바로 성장하지 않고 휘어서 자랐지만 튼튼하고 강인하듯이 척추가 약간 휘었지만 통증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환자도 냄비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빨리 낫게 해달라며 치료법만 물어본다. 허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원인이 있다. 말기암과 같다. 잘못된 식생활습관이 암의 주범이듯이 척추병도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이 원인이다.

척추병은 완치라는 게 없다. 나이가 들면 또다시 수술 부위든, 다른 부위든 요통이 찾아온다. 척추질환은 평생 관리하는 병이다.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국 최고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이 최근 한국의 비수술 한방치료에 주목하고 있다. 메이요클리닉 통증센터 제이슨 엘드리지 박사와 중국계 미국인 웬춘 추 박사가 모커리한방병원을 찾아 `중증 척추전방전위증 한방치료`를 둘러보고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척추병을 보면 일그러진 우리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