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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헤쳐나갈 역량을 찾아라

신오덕 2015. 9. 17. 12:09
[매경포럼] 시대정신(Zeitgeist)
기사입력 2015.09.16 17:47:21 | 최종수정 2015.09.16 20: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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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인 1989년 10월 9일 옛 동독 라이프치히시의 니콜라우스 교회.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27년간 지휘한 곳으로 유명한 이 교회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동·서독 간 자유왕래를 위한 기도모임 때문이었다. 동독 경찰 1000여 명이 교회를 에워쌌다. 기도모임이 끝난 후 2000여 명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평화시위 규모는 7만명까지 늘어났다. 에리히 호네커 동독 수상은 무력진압을 지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시위는 드레스덴, 에르푸르트, 베를린 등 동독의 주요 도시로 퍼져나갔다. 10월 19일에는 라이프치히 시위대 규모가 12만명으로 늘어났고, 호네커 수상이 물러났다.

 

자유를 향한 시위는 더 거세졌다. 11월 4일 동베를린 시위 규모는 50만명으로 늘어났고, 마침내 닷새 뒤인 9일 동독 정부는 동·서독 베를린 간 자유왕래를 허용했다.

동독 시민들의 자유에 대한 갈구가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의 리더십, 러시아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와 융합되면서 베를린 장벽을 허문 것이다.

 

독일은 그 이듬해 7월 화폐통합을 이뤘고, 10월에 정치통합까지 완성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완전한 통일이 되려면 추가로 10~20년 걸릴 것이란 전망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자유와 통일 염원으로 특징지어지는 독일인의 시대정신(Zeitgeist·자이트가이스트)이 험난한 과정을 뚫고 나왔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누구도 그 시대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으며, 그 시대정신에 따라 행동한다"고 개념 지었다. 이렇게 각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들이 뭉쳐 시대정신을 만들고, 이것이 역사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가장 어려운 격랑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주도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G2 시대로 확실하게 바뀌면서 상황마다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풀린 글로벌 경제 상황은 세계 곳곳으로 위기의 먹구름을 몰고 다닌다. 일본의 군국주의가 재부활하고 있고, 북한 김정은 정권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치권은 조선을 패망케 했던 사색당파 싸움 못지않은 `허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불신의 골은 깊어진다.

가장 두려운 것은 한강의 기적으로 국민의 배고픔을 덜어줬던 기업가정신의 상실이다. 대한민국이 맨주먹으로 어떻게 일어났는가. 거북선 동전 하나로 조선소를 짓고,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철강강국을 건설하지 않았던가. 반도체에 혼신을 다했던 게 전자강국을 만들었던 것 아닌가.

한국노총이 참여한 노사정이 최근에야 노동개혁의 큰 틀에 합의했지만 그동안 정규직 노조는 얼마나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어 왔던가.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한 가입률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기업을 멍들게 했다. 특히 민주노총 계열의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도를 넘은 행태를 못 버리고 있다. 자신들은 65세까지 일할 것이고, 임금피크제를 받지 않겠다는 행태는 이 땅의 청년들을 좌절시킨다. 협력업체 근로자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분노의 눈빛도 그들에겐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혼돈과 불신, 불확실성, 좌절 속을 헤쳐나갈 우리의 시대정신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충분히 시대정신을 찾고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10월 20~22일 열리는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시대적 한계를 뚫고 나올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할 것이다. 기업들이 신이 나서 투자하고 퀀텀점프하게 하는 방법을 안내해줄 것이다. 열정 있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찾고, 마음껏 끼를 발휘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제시할 것이다. 대동강변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남북 청년들이 함께 일하면서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으로 한걸음에 치달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의 부활, 노동개혁, 그리고 자유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을 밝혀줄 시대정신을 세계지식포럼에서 공감하며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서양원 산업부장 겸 지식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