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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중요한 과제를 푸는 일이 급선무이다

신오덕 2015. 9. 24. 10:45
[글로벌포커스] 외교무대 뒷전으로 밀린 `北核`
기사입력 2015.09.23 17:22:46 | 최종수정 2015.09.23 1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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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노잼`,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핵폭탄급으로 재미가 지지리도 없다`는 뜻이다. 핵무기라는 가공할 무기가 이렇듯 우스개 표현에 빈번히 사용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저 웃고 넘어가기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심각해 보인다.

10년 전 2005년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때만 해도 핵실험 한 번 하지 못한 북한의 큰소리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실험을 통한 경험을 축적했으며-전문가에 따라 추정치가 다르기는 해도-플루토늄과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핵물질과 핵장치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핵탄두를 실어 보낼 미사일 기술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절박감이나 위기감을 별로 느낄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서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유의 담론이 지난 70년 분단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얼마만큼 설득력을 갖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어쩌면 대화와 외교 경로를 통한 핵 포기 유도라는, 그동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관점의 보편화가 불러온 의도치 않은 폐해일 수도 있다.

남북 고위급 협상을 통해 이제 막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남남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소통은 항상 바람직하며, 신뢰 구축을 위한 경로의 유지는 무엇보다 절실함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위협을 못 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해답이 필요한 문제는 북한이 왜 지금에 와서 굳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데에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국제사회의 수많은 비난과 질책을 무릅쓰고-막대한 인력과 재력을 동원해온 북한이 왜 갑자기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유명 핵물리학자가 언급했듯이 "핵개발에 관여한 모든 기술인력을 완벽히 통제하기 전에는 북한의 `번복(rollback)`이 항시 가능하다." 더 나아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두고 `핵 보유국`이 아니라며 우긴다고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또 영국과 프랑스 예에서 보듯,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없어진다고 해서 핵을 꼭 포기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향후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나서게 될 북한이 국지도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핵 공갈`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군사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도발에 대한 즉각 대응에 `인색한` 우리 군이 핵 위협 아래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핵심 국익의 수호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면밀히 바라보는 관중들-주변 국가들-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어찌 보면 북한의 진정한 핵 포기는 통일이 이뤄지거나 북한이 보다 민주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제로 전환되기 전에는 불가능한 형국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공히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점에 있다. 무대 뒤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북핵 문제`를 보며 미국 중국과 달리 북핵 문제가 그 누구에게보다 가장 직접적이고 당면한 위협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장이 최근 들어 주도적·주동적·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9·19 합의 10주년 기념사는 `북한 측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언급하고 있고, 미국의 `전략적 인내`가 실제로 끝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그리 확실치 않다.

 

대통령의 9·3 전승절 참석을 통해 한층 심화되었다고 하는 한·중 동반자 관계와 10·16 방미를 통해 재확인하게 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명민하고도 과감한 북핵 외교를 기대해본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