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는 120일 활동의 마지막 발표를 인적 혁신안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문재인 살리기’와 ‘비노(비노무현) 죽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말 당권 도전과 함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 대표에게는 굳이 재출마를 권유하면서, 문 대표의 위상에 위협적인 다른 중진들한테는 현행 지역구보다 어려운 영남 등에 나가지 않으면 공천을 안 주겠다는 ‘살생부’를 내놓은 셈이다. 당장 부산 출마를 종용받은 안철수 의원이 현 지역구(서울 노원병) 고수를 밝히며 반발하고 나섰다.
혁신위가 내놓은 공직선거 예비후보자의 부적격 기준도 곰곰 뜯어보면 친노(친노무현)를 위한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의 위원들이 ‘야당 탄압’이라고 판단하면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면·복권도 예외로 인정해 2006년 특별사면을 받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부적격 대상에서 빠지게 했다.
반면 박지원 김재윤 의원의 경우는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만으로도 공천신청을 할 수 없게 해놓았다. 결국 문 대표와 친노 주류세력이 내 사람, 내 계파는 챙기고 반대세력은 잘라버리는 고무줄 잣대로 ‘공천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표를 비판했던 조경태 의원을 혁신위에서 해당(害黨)행위자로 규정한 어제, 당 윤리심판원은 ‘막말’ 정청래 의원을 사면했다. 주승용 의원에게 “사퇴 안 할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친다”고 말해 ‘당직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지 불과 넉 달 만이다.
친노는 감싸 안고 비노는 짓밟는 행태가 계속되는 당에서 ‘친노 패권주의’라는 지적이 안 나오면 되레 이상하다. ‘새정치’도 ‘민주’도 찾아보기 어려운 그들만의 혁신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런 패권적 행태가 공천 과정에서 본격화하면 제1야당은 쪼개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