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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여 취미 생활을 하고 즐겨라

신오덕 2015. 10. 2. 11:22

클래식 아카데미


40 ~ 50대 중년들의 색다른 놀이 문화

 

걸그룹 ‘EXID’를 “엑시드”라 발음한다거나 인터넷 은어 ‘개이득’을 욕설쯤으로 알아듣는 중년을 꼰대라 부르기엔 가혹한 측면이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치이면서 TV볼 여유나 소통할 짬이 없는 서글픈 비즈니스맨이라면 나이고하를 불문하고 벌어질 수 있는 흔한 해프닝이다.

하지만 황금 같은 휴일 오전!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인 부하직원들을 집합시켜 등산에 오르고 “요새 젊은이들은~”으로 시작하는 훈계를 늘어놓는다거나, 수요일에도 했던 팀 회식을 굳이 ‘불금’에까지 열어 “내가 김 대리 연차 때는 말이지~”식의 블록버스터급 과거 영웅담을 늘어놓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서글픈 중년들에게 휴일날 편하게 어울릴 친구나 평일저녁 눈치 안 보고 즐길 만한 취미생활의 존재는 중요하다. 이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창구며 주말에도 함께해주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어린 시절 가졌던 ‘꿈’과 열정은 조금 흐릿해 졌을지라도 나만의 즐길 거리는 반드시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다. 예전에 비해 부쩍 젊어진 40~50대 新중년층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취미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젊은 층과 비교해 경제력까지 갖춘 ‘젊은 오빠’들이 향유하는 다양한 품위 있는 취미생활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쾌감을 좇는 익스트림 스포츠파라면 ‘카이트 보드’가 제격

 

실내에서 고상하게 즐기는 취미가 따분한 활동파 중년이라면 익스트림에 관심이 갈 만하다. 나이 들며 뼈마디 굳어 가는데 위험한 익스트림 스포츠가 웬말이냐고? 강촌·뚝섬·강원도 등지에 휴가철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꽃중년들을 보고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국내에도 꽤나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희소성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이 있다. 대형 연(Kite)에 보드를 연결해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하늘에 떠올라 다양한 점핑을 구사하는 카이트 보드다. 패러글라이딩과 윈드서핑을 결합한 카이트 보드는 풍압에 의해 잠시 동안이지만 하늘을 날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쳇말로 익스트림 스포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카이트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300만원 이상의 장비 구입비가 필요하다. 장비는 펼치면 부피가 상당히 크지만 정리하면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가 작아 바람이 좋은 날이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외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카이트 보드 마니아 한정수(43) 씨는 “체감속도가 상당하고 장비의 부피가 커서 위험해 보이지만 바람을 타고 물 위에서 하는 운동인 만큼 다른 익스트림에 비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카이트 보드는 인공적인 동력이 아닌, 바람에 의존한다. 직경 10m가 넘는 카이트가 상공 20m에서 받아내는 힘으로 보드는 최대 40km까지 질주할 수 있고 체감스피드는 200km를 넘어선다.

 

국내에서 카이트보드를 즐길 만한 장소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강 뚝섬유원지나 경기도 평택항, 시흥의 오이도 등이다. 전국적으로는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제주 성산 등도 명소로 꼽힌다.

 


석류 뒤토르소, 문자도 가리개 확대


▶노래방 마이크 놓고 합창단 선택한 CEO들

한국 직장인들이라면 한두 가지씩 애창곡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깜깜하고 조명 있는 곳에서 뽐낼 만한 노래를 실전을 통해 갈고닦는다. 오랜 기간 갈고닦은 내공을 평생 노래방에서 쏟아내는 사람과, ‘양지(?)’로 나와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단원이 되는 것은 꽤나 다른 선택의 문제다.

최근 CEO들이 주축이 된 합창단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60~70여 명이 모여 전문가의 지휘 아래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합창단이 꽤 여럿 조직됐다. 젊은 30대 예비CEO부터 60대 형·누나까지 참여하며 부부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들은 회사를 운영하며 겪은 고민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유대를 형성하지만 가벼운 친목모임은 아니다. 전문가의 지휘 아래 체계적인 기초발성과 호흡법부터 습득하고 가곡과 아리아, 유명 뮤지컬 넘버를 함께 부르는 등 뛰어난 실력을 뽐내며 큰 무대에 서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세종CEO합창단은 세종르네상스라는 세종문화회관의 문화예술최고위 과정에서 만난 이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결성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기강좌다. 이곳을 거친 인물로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사장(57), 승수언 인슐레이션코리아 대표(55).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등 쟁쟁하다. 이들은 소프라노 임미선의 지휘와 강습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기본과 테크닉을 배우고 학기 말 마스터클래스와 공연 연습, 무대 리허설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세종CEO에서 활동하는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는 “합창을 통해 조화와 배려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업무에도 경청과 소통, 배려와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며 합창단 활동의 보람을 밝혔다.

 

▶다가가면 ‘클래식’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

 

음악과 ‘배운다’라는 표현이 쉽게 어울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클래식은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방대함이나 화성악 혹은 악기에 대한 식견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클래식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경험이 있었다면 기초부터 알려주는 강좌에 등록해 보는 것도 좋은 취미이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다가가기 어려운 도도함을 갖춘 만큼 조금만 다가가면 ‘지적 유희’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취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풍월당이나 세종문화예술아카데미 등에서 개최하는 클래식 강좌를 살펴보면 꽤 많은 꽃중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기적인 클래식 강좌를 여는 풍월당에서 직장인 클래식 강좌에 참여하고 있는 김유선(45) 씨는 “직장에서 취미생활 지원비가 신설돼 아내와 함께 찾았는데 클래식에 C자도 모르는 지라 두려움이 상당히 컸다”며 “저 같은 문외안도 3개월간 강좌를 듣는 동안 크게 어려움도 없었고 다과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도 알게 돼 뜻 깊은 시간이 됐다”고 술회를 밝혔다. 개설된 클래식 강좌들은 수준별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지만 초보자 과정은 음악의 가장 핵심적인 레퍼토리들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지루할 수 있는 강좌 외에 원음스피커와 블루레이 영상을 통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거나 실제 콘서트 등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눈 호강 시켜주는 ‘드론’

 


드론으로 촬영한 중도 태평염전 <조성준 작가>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

 

최근 여러 드론스쿨이나 드론협회를 찾아 수업을 듣는 인원 중 절반 이상은 신중년이라고 한다. 내가 조종해 어디로든 날아가는 비행물체가 있다면? 중년들의 유년시절에는 상상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이 바뀌어 상상은 로망 혹은 놀이가 됐다. 최근 드론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물류기업들은 배송서비스 혹은 마케팅, 방송·영화계에서는 좋은 화면을 얻기 위해, 키덜트 족은 레저를 위해, 정부는 규제를 위해….

 

드론의 작동은 어려워 보이지만 몇 시간 정신없이 움직여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교육은 항공법과 드론 일반론을 시작으로 드론의 발전 흐름과 세팅법 등이다. 조금 더 깊게 드론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드론의 매력이라면 창공을 가르는 드론에 스트레스를 담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키덜트족이 레저용 드론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어릴 적 하늘을 날아오르는 로망을 실현시켜줄 대리만족의 대상으로서는 아니다. 드론은 새로운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먼저 드론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이전에 없던 구도의 사진이다. 높은 창공에서 도시의 전경을 찍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도 아니다. 넓은 관광지 전경을 한눈에 담는가 하면 ‘셀카봉’으로는 도저히 불가한 구도의 ‘셀피’도 가능해졌다. 드론으로 찍은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모던테크닉 꽃병0780


▶어느 명품보다 의미 있는 DIY예술 ‘포슬링 아트’

포슬링 아트는 고상한 취미활동을 영위하고자 하는 중년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포슬링 아트는 20가지 이상의 특수물감을 사용해 유약처리가 된 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구워내는 공예 예술이다. 도화지는 컵, 접시, 그릇, 도자기 등 어떤 것이라도 될 수 있다. 파우더 형태의 물감에 오일을 섞어 그림을 완성한 후에 가마에 구우면 물감이 유약 밑으로 스며들어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다.

 

포슬링 아트의 매력은 클래식 고가구나 값비싼 미술작품만큼 의미 있고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홈파티 문화가 발달하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상류층의 고급스러운 취미생활로 여겨지던 포슬링 아트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승지민 지민아트 원장은 “중년층이나 은퇴 후 취미생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꾸준히 배워 전시회까지 참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며 “남성들도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강좌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한번 가마에 들어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고 입체감을 주기 위해 수차례 그림을 그리고 굽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차례 가마에 구워도 도자기가 손상되지 않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포슬린 페인팅의 장점이다.

 

비용은 강좌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시간에 1만5000~3만5000원 정도로 한 달로 치면 15만~30만원이며 과정별로 차이가 난다.


강좌는 준비물이나 가마가 구비돼 있어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대략 6개월 정도 수강하면 대형 도자기에 자유롭게 밑그림을 그릴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고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강사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그림이나 도예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1~2년 전문과정을 수강한 후 창업 아이템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