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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참여율을 높이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6. 3. 21. 08:24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 늘었다지만..실제 시행 기업 불과 60%

조선비즈|이경민 기자|입력2016.03.21. 06:32|수정2016.03.21. 08:23

 

올해도 수백 건의 주주총회가 하루에 한꺼번에 열리는 ‘주총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자투표를 실제로 시행한 기업 수는 여전히 적다.

대부분의 기업이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섀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행사)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자투표를 신청하면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기업이 섀도보팅을 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자투표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주총이 하루에 몰려 주주가 일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전자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예탁결제원 전자투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한다./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전자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예탁결제원 전자투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한다./한국예탁결제원 제공
2010년 전자투표 제도 시행 이후 연도별 전자투표 도입 및 시행 현황
2010년 전자투표 제도 시행 이후 연도별 전자투표 도입 및 시행 현황
전자투표 이용 절차/ 한국예탁결제원 제공
전자투표 이용 절차/ 한국예탁결제원 제공

◆ 전자투표 시행 기업 60% 그쳐

지난 18일 무려 333개 기업이 한꺼번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슈퍼 주총데이’가 열렸다. 하지만 전자투표를 시행한 기업은 60개로 18%에 불과했다.

올해까지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은 764사(누적기준)로 495사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54%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기업은 485사로 전체의 63%에 불과하다.

전자투표를 주주총회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탁결제원에 전자투표 이용 기업으로 등록한 뒤 매년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 2주전까지 전자투표 이용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 섀도보팅 필요 기업들만 전자투표 신청

전문가들은 섀도보팅이 필요한 기업만 전자투표를 신청하다보니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기업 수가 적다고 분석했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게 하려고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참가한 주주들의 주총결과 비율대로 예탁원이 의결권을 행사해 부족한 정족수를 채워주는 제도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신청한 대부분의 기업이 섀도보팅을 함께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연간 전자투표를 이용한 업체 338개 중 314사가 섀도보팅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자투표를 이용하게 만들기 위한 유인책으로 섀도보팅을 하고자 하는 경우 반드시 전자투표를 이용해야한다는 규정이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섀도보팅이 필요할 때만 이용할 뿐 그 외 상황에는 이용하지 않아 주주권 강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총에서 주주 참여율이 낮아 섀도보팅을 통해 안건을 의결해왔다. 하지만 섀도보팅이 큰 비중의 지분을 보유한 소수 주주만의 의사를 반영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폐지가 논의됐으나 기업들의 반발로 3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섀도보팅을 유예기간 동안 허용하되 전자투표를 함께 이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 전자투표 달갑지 않은 기업들 홍보에 소홀

섀도보팅을 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자투표를 시행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전자투표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다 보니 전자투표 홍보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최대주주 지분이 낮은 기업은 소액주주들이 집단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주주들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회사 홈페이지에 전자투표 시행 공고를 내지만 대부분은 주주총회공고 공시를 하는 것에서 그친다. 주주총회공고 공시 문서에서도 마지막 하단에 전자투표 시행 여부가 적재되다보니 게시된 공시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전자투표 시행 여부를 알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율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주주총회를 개최한 한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은 2000명의 주주 중 10명만이 전자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주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으로 1.62%, 주주 수 기준으로는 0.24%에 그쳤다.

◆ 전자투표 활성화 하려면 의무화가 답

전문가들은 전자투표가 섀도보팅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전자투표 문화가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연구팀장은 “주주의 참여율을 높이고 주주 다수의 의사를 다양하게 반영한다는 전자투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자투표 이용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섀도보팅을 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전자투표 이용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려면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논의할 때 섀도보팅을 없애고 전자투표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에 법안은 추진이 흐지부지됐다.

기관과 개인 등 투자자들이 주권 행사에 관심을 갖고 전자투표 시행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도 필요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강한 의결권을 가진 기관 투자자가 전자투표 시행을 요구할 경우 기업은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지난해 주총에 전자투표로 참여한 기관은 KB자산운용·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두 곳에 그쳤다.

송 팀장은 “국내 주주들은 단기 투자를 위해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한 기업에 관심을 갖고 주총에 참여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며 “잘못된 이사가 선임돼서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개인 주주들도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