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국회도 선거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친인척 보좌진 채용 등 ‘구태 정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민낯’. 요즘 부쩍 많이 쓰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다. 처음엔 ‘화장을 하지 않은 여자의 얼굴’을 가리켰으나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라서 ‘여자’라는 뜻풀이 부분을 뺐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의미를 넘어, 어떤 사람이나 조직의 진짜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민-’은 ‘꾸미지 않고, 딸린 것이 없거나, 다른 것에는 있는데 없는 것’을 가리키는 접두사다. ‘민얼굴’은 꾸미지 않은 얼굴을, ‘민소매’는 소매가 없는 윗옷을 뜻한다. 민소매를 ‘나시’라고 부르는 이도 많은데, 나시는 일본어 ‘소데나시(そでなし·소매 없음)’에서 온 말이다. 아무 꾸밈이 없는 물건은 ‘민짜’ ‘민패’, 정수리까지 벗어진 대머리는 ‘민머리’다.
‘화장·분장 따위로 꾸미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얼굴’을 뜻하는 ‘맨얼굴’은 국립국어원 웹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그래서일까. 맨얼굴을 민얼굴, 민낯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토당토않다. 민낯 못잖게 맨얼굴도 ‘화장기 없는 맨얼굴’ 등으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다. 그러니까 맨얼굴은 민낯, 민얼굴과 표준어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신세대가 즐겨 썼던 ‘생얼’ ‘쌩얼’은 급격히 세력을 잃어가고 있다.
얼굴을 가리키는 낱말도 많다. 신관, 낯, 낯짝, 광대, 쪽이 대표적이다. 신관과 낯이 얼굴을 점잖게 가리킨다면 낯짝과 광대는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 중 ‘쪽팔린다’고 할 때의 쪽이 가장 속된 표현 같다. ‘쪽을 못 쓰다’는 기가 눌려 꼼짝 못하는 걸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