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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음악회에 가서 즐겨면 기분이 좋아진다

신오덕 2016. 7. 13. 11:06

[매경춘추] 예술의 전당

 

 

저녁이 되면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다. 며칠 전 예술의전당에서 산책을 했다. 물보라가 빛나는 음악 분수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편안하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콘서트나 공연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귀가를 재촉하는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여유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잠시 놓아두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가끔 예술의전당에 간다. 음악회나 공연을 자주 보던 시절보다는 횟수가 줄었지만, 갈 때마다 좋다. 다른 공기가 있고 다른 세상이 있다. 공연만을 위한 곳과는 다르다.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 산책을 하며 휴식을 취하러 오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 공간을 즐기고 있다.

다른 나라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음악회나 오페라를 한 번쯤은 보려고 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링컨센터는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연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곳엔 `줄리아드`라는 향기가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릴 때면 옛 성과 함께 도시 전체가 웅장한 공연장이 된다. 독일 뮌헨의 국립극장 앞에 있는 널찍한 공간은 오래된 건축물과 어우러져 마치 오페라 무대 같다. 우면산을 배경으로 초록이 살아 숨쉬고 건물의 배치가 평면적이지 않아 산길처럼 오르막이 있는 예술의전당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독특한 미감이 있다.

우리의 삶과 행복은 주변의 꽃과 나무에 눈길이 머무는 순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시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를 느끼는 것, 느긋하게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멈추는 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용산에 새 공원이 조성된다. 넓은 용지에 역사, 문화, 생태 공원을 짓는다고 한다. 어떤 곳이 될까? 어떤 이름으로 불릴까?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뮌헨의 엥리셔가르텐, 여러 도시 공원을 떠올려 본다. 그 모습이 어떻게 되든 도심 속 사람들이 여유를 되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일자리를 고민하는 젊은이에게도, 생계를 걱정하는 세상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고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좋은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전현정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