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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꽃을 주고 받는 시대가 되어라

신오덕 2016. 8. 12. 08:28

[매경춘추] 고달픈 우리 꽃

 

 

`한 나라의 행복지수는 그 나라의 꽃 소비량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꽃 소비가 국민들의 경제적·심리적 여유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풍요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꽃 소비가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크게 발전했으나 꽃 소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05년 1인당 꽃 소비액이 2만원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1만3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꽃 소비 감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상생활 꽃 소비가 적고 축하난, 화환 등 경조사용 소비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꽃을 주고받는 것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도 한몫한다.

 

꽃의 아름다움보다 가격을 따진다. 최근 일명 `김영란법` 발효를 앞두고 걱정이 많다. 법이 시행되면 5만원 이상의 꽃은 선물로 간주되어 주고받을 수 없어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네덜란드의 알스메이르(Aalsmeer)에는 세계적인 꽃시장이 있다. 알스메이르는 인구 2만2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꽃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관광객도 늘어 세계 최고 `꽃의 도시`가 됐다. 필자는 30년 전 알스메이르 꽃시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 엄청난 거래량, 자동화된 시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방문객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시설이 갖추어지기를 기대했다. 양재동 aT센터 옆에는 화훼공판장이 있다. 공영 도매시장으로서 구색을 갖추고 있으나 거래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거래 품목을 발굴하기 위해 2년 전 `한국춘란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수천만 원짜리 춘란이 거래되고 시장 규모도 1조원을 넘었다.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자는 취지에서 `에이티움`이라는 청년창업 꽃가게도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새로운 꽃 콘테스트를 개최하였다. 불교계에 꽃 소비가 많은 것에 착안하여 공양 및 제단 장식용 꽃 콘테스트를 개최한 것이다. 앞으로는 교회나 성당을 위한 꽃 작품 행사도 개최하려고 한다.

꽃 소비문화 정착과 수요 확대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식품, 외식, 관광, 체험,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하면 일상생활에서 꽃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면 `고달픈 우리 꽃`이 `행복한 우리 꽃`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