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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처방을 낮추고 나아가라

신오덕 2016. 8. 12. 08:30

[사설] `항생제 공화국` 오명 벗도록 내성관리 확실히 하라

 

정부가 5개년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대책`을 수립한 것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문제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까지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고 내성균 확산을 막는 한편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균 전파 통합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경고에 화답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들이 과다 처방을 할 뿐 아니라 병이 잘 낫는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처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우리 국민 1000명당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31.7명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23.7명)보다 35% 높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은 2002년 73.3%에서 현재 44%로 떨어지긴 했으나 4년간 44~45%로 정체돼 있다. 축사나 양식장 등에서 항생제를 대거 사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 세균 일부 중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내성이 생기고, 항생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치료할 약이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역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발간한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명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치다.

항생제 페니실린은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감염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열었지만, 항생제를 오·남용하다가는 결국 치료법이 없던 암흑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균 유행이 신종 감염병의 파급력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글로벌 행동계획을 제시했으니 우리도 국제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항생제 사용 줄이기와 내성균 감염 관리에 만전을 기해 이번 기회에 `항생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