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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덕 2017. 7. 11. 11:56

[사설] 비정규직 문제로 내홍 겪는 전교조, 이것이 현실이다

  • 입력 : 2017.07.11 00:01:04


                   

전교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근 비정규직 철폐를 주요 조건으로 내건 민노총 총파업에 전교조 집행부가 동참하자 일부 조합원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루에도 몇 번씩 탈퇴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전화받기가 두렵다"고 썼다.
 



이 문제는 지난달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 등 11명이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정안은 교육공무원법 32조2항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 조항을 삭제하면 교원 임용 시 기간제 교사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별도 임용 절차를 치르게 하는 우선권 부여가 가능해진다. 당시 정규직 교사와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주승용 의원실에는 하루 수백 통의 항의 문자가 폭주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떼쓴다고 정규직 되면 청춘 바쳐 수년간 임용고시 준비한 사람은 뭐가 되는가"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같은 반발에 개정안은 발의된 지 며칠 만에 철회됐다.

전교조 내분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소동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집행부가 대외적으로 민노총의 비정규직 철폐 주장에 동조하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선 구성원들 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는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비정규직을 일괄 정규직화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 집행부가 조합원 권익 대신 기간제 교사, 조리사, 교무행정사 등 비정규직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교조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온 단체 중 하나다. 이런 전교조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규직 문제의 복잡성을 그대로 웅변한다. 비정규직이 겪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개인이 흘린 땀과 성취에 대한 가치마저 부정하는 것은 더 큰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복잡성을 알고 접근해야만 비정규직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