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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신오덕 2017. 7. 14. 11:02

[매경춘추] 싸게 고쳐준다고?

  • 입력 : 2017.07.13 17:23:06   수정 :2017.07.13 17: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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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승합차 불법시술` 사건이 화제가 됐다. 커튼까지 치고 차 안에서 온갖 불법시술을 하던 일당이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로 지내다 보면 불법시술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수없이 만난다.

승합차 사건이 터지기 몇 달 전, 한 50대 중년여성이 얼굴의 필러를 제거해달라며 병원을 찾아왔다. 얼굴은 변형으로 울퉁불퉁해지고 일부는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디서 무슨 제품으로 시술을 한 건지 물었더니, 소개로 알게 된 사람에게 시술을 받았는데 무슨 제품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진료 후 피부 안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시술을 진행했다. 일부는 제거했지만 이미 피부에 많이 유착이 돼버린 상태라 100% 제거하기는 어려웠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인증 받은 필러 제품을 사용했다면 시간이 지나면 녹아 없어지고, 재건시술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자격자에게 시술 받은 걸로도 모자라 의료제품이 아닌 이물질로 불법시술을 받으면, 100% 제거가 어려워 의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불법시술이 자신의 얼굴은 물론 남은 인생까지 망치는 것이다.

이런 불법 시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불법시술 현장을 정부가 일일이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작용이 생긴 후에 불법시술을 했던 곳을 탓해도 별 소용이 없다. 불법시술을 한 곳은 처벌받고 끝나지만, 받은 사람은 다르다. 불법시술임을 인지했지만 이를 묵인하고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불법시술자가 감당하는 고통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로 인해 망가진 삶은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기에.

자신의 건강과 인생을 보호받을 권리는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 값이 싸다고 해서 불법시술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부작용에 자신의 몸과 인생을 맡기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불법시술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멸균소독 되지 않은 주사는 에이즈를 유발할 수도 있고, 몸에 주입된 비의료용 제품은 괴사, 궤양뿐 아니라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별일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선택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터무니없이 싼 가격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불법시술로 고통의 나락에 빠지게 된 사람을 수없이 보아 온 의료인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부디 조금이라도 인지했으면 한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