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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을 검토하고 결정하라

신오덕 2017. 8. 10. 10:22

[사설] 건강보험 적용 확대 믿을수 있는 재정고갈 대책도 내놔라

  • 입력 : 2017.08.10 00:02:02

                   

정부가 9일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한번에 비급여의 전면적 해소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한국은 적은 부담으로 내실 있는 건강보험을 운영한다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높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전체 의료비 중 가계가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이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1.9배에 달하고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 결과 희귀 난치 또는 중증질환자 가정이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 파탄을 맞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이를 겁낸 많은 사람들이 민간보험에 따로 가입하는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약 75%가 민간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월평균 지출액이 34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건강보험 급여 대상과 수준을 높여 간다는 방향성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그 속도와 방법이 매우 급진적·전면적이어서 우리 사회가 큰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재원 마련과 건보 재정건전성에 미칠 영향이 문제다. 이번 대책 실행에는 2022년까지 약 30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급격한 보험료 인상 대신 지난해 말 현재 20조원 규모인 건보 적립금과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건보 재정은 지금은 흑자이지만 고령화 진전에 따라 2025년께 20조원가량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추가될 비용을 따로 반영하지 않은 추계가 그렇다. 고령화에 급여 확대까지 더해지면 건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결국 건보료 대폭 인상 외에는 답이 없다. 현재 우리는 가구소득의 약 6.1%를 건보료로 지출해 10~15%를 부담하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부담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고성장기에 건보료를 올린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이미 저성장기에 진입한 상황이어서 인상이 쉽지 않다. 정부는 지금 의료비 부담 완화의 달콤한 면만 강조하고 이에 따를 비용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비용청구서 처리를 다음 정권에 미뤄선 안 된다. 당장 국민을 상대로 건보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게 정직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