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아침, 무거운 이불을 걷어차기가 몹시 힘들었다. 철석같은 게으름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를 수십 분, 마침내 떼놓은 한 걸음이 나로서는 거대한 도약이었다. 첫발이 힘들었지만 산 입구에 서니 여기가 오늘의 자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피둥피둥한 몸뚱이를 급한 경사에 현관(懸棺)처럼 비끄러매는 것이 언젠가 저 나무 아래로 가야 하는 예행연습처럼 가끔은 필요한 법. 이내 몸은 초록의 바다와 쉽게 호흡을 맞추었다. 가볍게 산에 한 번 다녀온 것을 두고 말머리가 괜히 구불구불한 능선처럼 복잡해졌다.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날이다. 멸종위기종인 닻꽃의 식생을 확인하는 조사에 합류했다.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몇 안 되는 닻꽃. 생긴 모양이 실제로 닻을 그대로 닮아 그 이름을 얻은 꽃이다. 캄차카나 사할린 등의 추운 지역에 가면 발에 차이듯 많이 볼 수 있지만 남한에서는 몇몇 고산지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꽃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우뚝 솟은 화악산. 이름에서부터 꽃냄새가 물씬한 화악의 능선에는 하늘과 땅의 접면에 닻을 내린 어선처럼 닻꽃이 정박해 있었다. 북쪽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온 내력답게 주로 햇살이 푸짐하게 내리꽂히는 경사면이었다. 꼿꼿한 줄기에 조금은 복잡한 구조이다. 잎은 두 장씩 마주나기로 줄기에 드문드문 달리고, 그 겨드랑에서 꽃줄기가 가냘프게 뻗었다. 그 끝에 두 장의 포엽과 함께 연한 노란색 꽃이 달려 있다. 정상에 도착하니 마음은 더욱 나부낀다. 이 높이에 서고 보면 닻을 거두고 항구를 떠나는 배처럼 거칠 것이 없어진다. 땀을 훔치며 깎여나간 몸을 보충하려고 김밥을 우물거리는 동안 한 동무는 점심도 잊은 채 구름을 배경으로 사진에 열중이다. 이윽고 흐뭇한 웃음과 함께 일어나 멀리 군부대의 철탑을 바라보며 즉석에서 한마디를 읊는다. “먼 옛날 빙하기 배 한 척 내려와 화악산에 닻을 내렸네. 멀리…… 삿대가 없어 떠나지 못하는구나.” 아쉬워라, 중간 대목은 바람한테 빼앗겼다. 지금 닻꽃은 내 꽃동무의 잠자고 있던 시심(詩心)에 날카로운 닻을 명중시킨 셈인가? 닻꽃, 용담과의 한두해살이풀. |
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상선약수
- 신오복
- 부자의 약속
- 지도자의 3가지 조건
- 부자의 삶
- 부자
- 성공의 지혜
- 온고지신
- 한국인의 저력
- 인재난
- 부자의 인생
- 아름다운 세상
- 새로운 삶
- 부자의 세계
- 성공의 길
- 돈과 여자
- 부자의 길
- 신삼강오륜
- 새로운 도전
- 부자의 땅
- 10년 경험
- P세대
- 아름다운 꽃
- 성공의 선택
- 성난 황소의 돌진
- 직업
- 성공
- 우리 몸의 세가지 보물
- 경제의 힘
- 행복
Archives
- Today
- Total
시철과 신념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본문
[이굴기의 꽃산 꽃글]닻꽃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쉽게 간과하는 사실 하나를 보아라 (0) | 2017.08.30 |
---|---|
핑크빛 정장 바지를 입고 무언가 적고 있다 (0) | 2017.08.29 |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축제를 참여하라 (0) | 2017.08.29 |
다른 단백질 대체제를 찾고 있다 (0) | 2017.08.29 |
스페인 축제를 보아라 (0) | 2017.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