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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오랜 친구를 다시 생각한다

신오덕 2019. 9. 10. 08:30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늘 곁에 있어 나의 만화가 삶은 고독하지 않았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19.09.10. 03:05


故 김성환 화백, 오늘 만화인葬


영감님이 떠나자 이웃이 모여들었다. 한국 시사만화 전설 '고바우 영감'의 만화가 김성환(87)씨가 지난 8일 별세하자, 다음 날 원로 만화가 권영섭·박기정·사이로·이두호·이현세·이희재 등이 빈소를 찾아 고바우를 추억했다.


일본 만화가 구라타 요시미도 화환을 보내왔다. 10일 오전 9시 열리는 영결식은 모든 만화 단체가 뜻을 모은 첫 만화인장(葬)으로 치러진다.

9일 고(故) 김성환 화백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야간 통행금지 폐지'(1982) '인구 4000만명 돌파'(1983) '신상옥·최은희 납북'(1984)…. 1955년 연재 시작 후 45년간 총 1만4139회로 은퇴한 국내 최장수 네 컷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은 한국 현대사(史)를 비추는 만화경이었다.


'고바우 영감'과 함께 조선일보에 시사만화 '야로씨'를 연재했던 오룡 화백은 "엄혹한 시절 독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통로였다"며 "혼자보다 둘이 낫듯 서로 격려하며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민의 오랜 친구였다. 1982년 5월 9일, 1만회 기념 연재분에서 김 화백은 '(원고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서민주택 한 채는 되는구나'라고 썼다.


"찌그러진 3평 반짜리 판잣집에서 일곱 식구가 살았으니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잘 안다"고 말하던 그를 만화가 신문수는 "돈 없는 후배 밥 사주고 용돈 주고 여행까지 보내주던 마음 따뜻한 선배님"으로 기억했다. 김 화백은 2014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올해의 기부왕' 대상을 받았다.

유족 측은 "최근 병세가 갑자기 악화돼 특별한 말도 없이 주변 정리할 틈도 없이 떠나셨다"고 했다. 다만 생전의 김 화백은 "만화가는 고독하지 않다"고 했다.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그를 부축하며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어디든지 따라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엔 황천에까지 따라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믿음직하기 짝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금관문화훈장 추서를 논의 중이다. 빈소는 경기도 분당제생병원, 발인은 11일 7시. (031)781-7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