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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평가에 집중하고 승리한다

신오덕 2021. 6. 4. 10:34

월드컵 예선 재개 벤투호, 투르크전에 걸려 있는 3가지 미션

안영준 기자 입력 2021. 06. 04. 09:57

 

5일 오후 8시 고양서 투르크메니스탄전

손흥민(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드디어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3가지 미션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다.

 

벤투호는 5일 오후 8시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치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모든 것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는 무대다. 그래서 이뤄야 할 과제와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많이 밀려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전에 걸린, 꼭 성공시켜야할 3가지 미션을 소개한다.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모습(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 '불안한 1위', 경쟁자 잡고 단독 선두 오르기

 

한국이 속한 H조는 살얼음판이다. 누구 하나 치고 나가는 압도적 선두가 없는 가운데, 기권을 선언한 북한의 전적이 삭제되면서 일단 한국이 조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차이는 거의 없다.

 

한국이 2승1무(승점 7, 득실차 +10)로 1위, 레바논이 2승1무(승점 7, 득실차 +4)로 2위, 투르크메니스탄이 2승2패(승점 6)로 3위를 달리고 있다. 4패(승점 0)의 최하위 스리랑카를 제외하면 3개 팀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맞대결은 중요하다. 최약체 스리랑카전을 제외한 나머지 2경기는 모두 '승점 6점짜리' 승부처 경기인데, 그중에서도 까다로운 투르크메니스탄을 먼저 잡고 가야 경쟁자를 초기에 떨굴 수 있다.

 

만약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면, 그 부담은 뒤로 갈수록 더 커진다. 투르크메니스탄이 9일 레바논전마저 승리하고 승점 10점 혹은 12점으로 조별 라운드를 마칠 경우, H조는 물고 물리는 늪에 빠진다.

 

패하는 쪽은 그대로 탈락하게 될 한국과 레바논의 13일 최종전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된다.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전을 잡고 나면, 9일 스리랑카전까지 좋은 기세를 이어 레바논과의 최종전을 치르지 않고도 사실상 최종예선을 확정하는 최상의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승점 1점 간격으로 얽혀 있는 상위권 구도에서 먼저 앞서 나가려면,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승점 3점을 얻는 게 필수다.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친선경기' 2차전 경기를 찾은 관중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체온 검사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 News1 이성철 기자

 

◇ 한일전 패배로 침체됐던 분위기 반등하기

 

벤투호는 여전히 지난 3월 열린 한일전 0-3 패배의 충격을 완전히 씻지 못한 상태다.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감 넘쳤던 벤투호의 기세도 한일전을 기점으로 크게 꺾인 분위기다.

 

한일전에 뛰지 않았던 손흥민도 3일 인터뷰에서 "(한일전 패배는) 많이 화도 나고 안타까웠다. 그런 기억을 다시 꺼내면 고통"이라고 언급했다. 그 정도로 벤투호는 여전히 한일전 굴욕에 신음하고 있다.

 

모처럼 열리는 A매치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흐름을 바꿔야 한다. 다행히 분위기는 좋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의조, 황희찬, 권창훈 등 유럽파가 모두 가세하며 최정예 전력을 꾸렸다. 선수들은 한일전의 아쉬움은 물론 모처럼 열리는 국내 A매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벼르고 있다.

 

팬들도 부응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5일 오후 7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입장권이 30분 만에 모두 팔렸다"고 밝혔다.

 

뿐 아니다. 커뮤니티와 SNS에는 취소표를 구하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이 많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 한일전 당시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팬들도 이제는 대부분 기대를 안고 대표팀을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

 

판은 깔렸다. 분위기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안방 팬들의 응원 속에 치르는 첫 경기 투르크메니스탄을 대승으로 장식하는 건 한일전 패배의 아픔을 씻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들(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 '완전체' 벤투호의 경기력과 철학 확인하기

 

아쉬운 대패로 끝났던 한일전은 사실 '반쪽 대표팀'이었다. 기존 대표팀 핵심 자원이 대부분 뛰지 못했다.

 

대패의 핑계를 대는 건 아니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 제로톱' 등 변칙 전술을 꺼내며 실험에 집중했던 무대다.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치렀던 올림픽 대표팀과의 스페셜 매치도 벤투 감독의 철학을 구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경기는 다르다. 언급했듯 이번 대표팀엔 해외파까지 총출동했다.

 

부상과 올림픽 대표팀 차출 등 약간의 변수는 있으나, 벤투 감독의 구상 속에서 필요한 선수들이 대부분 소집됐다. '완전체 벤투호'가 추구하는 경기력과 철학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후방에서의 빌드업과 강한 압박 등을 팀컬러로 내세웠다. 2019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선 이 축구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EAFF E-1 챔피언십에서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젠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벤투 감독은 4일 기준 부임 1018일 째다.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최장수 사령탑이다. 앞으로는 좀 더 확실한 색을 내야하고, 원하는 축구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힘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투르크메니스탄전은 단순한 한 경기 내용과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벤투호의 스타일이 '완전체'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