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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서울의 명산을 알고 산행을 한다 본문
[막막할 땐 산] 쇼크처럼 찾아온 중년 심신쇠약,
문수봉 난간 부여잡고 울 뻔
글·사진 이지형 ‘강호인문학’ 저자 입력 2022. 03. 21. 09:08 댓글 2개
북한산에서 재활하고 말 거야
눈 쌓인 보현봉 뒤로 떠오르는 서울 풍경에 심신의 고단을 달랬다.
20년 넘게 쌓인 술·담배와 과욕의 잔해가 한꺼번에 들고 일어난 모양이다.
신년 들어 몸이 무너지고 말았다. 어느 새벽, 가누지 못할 만큼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전후로 오른쪽 어깨가 움직이지 않았고, 복부에선 기분 나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이런 건 어쩌면, 한국의 중년들에게 부과된 천형 아닐까. 잠시 사회 탓, 국가 탓을 하다 말았다. 산재로도 인정 안 되겠지.
일주일에 한 번은 가던 등산을 거르면서 몸이 더 상했다.
옷 하나 걸치기 어렵고, 백팩을 메는 데도 안간힘을 써야 했다.
대기업 생활 접고 속초로 낙향해 제법 근사한 카페를 운영하는 동갑나기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던 중에 “너도 그래?” 물었더니 “나도 그래!” 한다.
그러면서 ‘MSM 성분’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을 권한다. 식이유황 성분이란다. 이젠 유황을 다 먹어야 하나.
구기동에서 나만의 산행 ‘루틴’
3월 가까워 오며 추위도 약간 잦아든 일요일의 이른 새벽, 오랜만에 굳은 결심으로 자리를 박찼다.
다시 산에 오르자! 무너진 몸을 일으켜야지! 재활하자!
버스와 지하철, 다시 버스로 어둠을 뚫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의 산행, 그것도 재활을 위한 산행이니만큼 가장 좋아하는 루트를 골랐다.
버스는 삼성출판박물관 부근 구기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편의점에서 생수와 오렌지 주스를 사고, 바로 옆 예찬김밥에서 김밥 한 줄을 샀다.
구기동을 기점으로 삼을 때, 나의 산행 루틴이다. 이어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지나 영광교회 쪽 주택가로 빠진다.
교회 앞을 지날 때 루틴이 하나 더 있다.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예찬’ 김밥에서 먹거리를 사고, ‘영광’ 교회를 지났으니 산 위에서 주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겠지.
그러나 사모바위 옆에서 의상봉 능선을 쳐다보고, 문수봉에 서서 보현봉을 응시할 때, 아님 하산 길에 영취사를 스칠 때 붓다의 자비와 불법을 떠올리는 것도 나의 흔한 루틴이니, 참 얄팍하다.
백운대까지 가려다 말았다. 운무의 황홀만을 추억했다.
문수봉 오르는 비탈에서 울 뻔했다
얄팍한 심성으론 재활의 고통에 맞서지 못한다.
짧은 계곡을 뚫고, 상명대 쪽에서 올라오는 탕춘대 능선에 합류하니 벌써 다리, 허리에 통증이다. 잠깐 물을 마시고 겉옷을 챙기기 위해 배낭을 벗고 장착하는 동작마저 아픈 어깨를 힘겹게 한다.
새벽의 공복도 상쾌하지 않다. 헛구역질이 나온다. 그래도 재활, 재활, 재활을 외치며 향로봉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다가 7부 능선에서 비봉으로 방향을 튼다.
영광교회를 기점으로 향로봉에 이어 비봉으로 향하는 루트는 간편하고도 매력적이다.
교회를 기점으로 향로봉까지 1.5km, 비봉까지 2km나 되려나.
산행의 초반부터 시야가 트여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의 암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향로봉 아래 서서 고개를 돌리면, 북악과 인왕 사이로 남산이 우뚝하다. 서울의 태생과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탕춘대능선과 북한산 주능선을 연결해 주는 비봉능선의 편안함은 또 어떤가.
그런 트레킹 코스가 또 없다.
이어 승봉을 지난 뒤 문수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바윗길까지, 걸음마다 매혹적인 코스다. 그런 코스를 이리 불편하게 걸어야 한다니.
문수봉으로 오르는 암반에서 철골 구조물을 붙잡은 채 통증에 시달리는 오른팔을 붙잡고, 나는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러나 울지 못했다. 일요일 첫새벽의 고단과 고통이야말로 재활을 위한 고난 같은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소싯적 좋아하던 작가 중에 김중식 시인이 있는데, 그렇게 문수봉의 철골에 매달린 상태로 그의 시집 하나가 떠올랐다.
시집 제목이 <울지도 못했다>여서…. 그런데 헉, 집에 와서 시집을 찾아보니 시인의 ‘울지도 못했다’도 산에서 느꼈던 감정인가보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 모양이다.
‘아무도 없는 산, 올라갈 땐 괜찮았는데 왼쪽 무릎뼈가 쑤셔 주저앉았다가 한쪽 발로 하산할 때, 나는 내가 지난 세월에 얼마나 날뛰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울지도 못했다’ -‘늦은 귀가’ 후반부
나도 시인처럼 지난 세월 나의 천방지축을 절감했기에 울지 못했고, 여기저기 쑤시는 관절을 마음으로나마 어루만지며 문수봉을 기어올랐다.
간소한 배낭을 풀고 정상에 앉으니 맞은편으로 아직 흰 눈 뒤집어쓴 보현봉이 구김 없이 우뚝하다. 나는 예찬김밥에서 산 김밥과 그 옆 편의점에서 산 오렌지주스를 꺼내 늦은 아침의 허기를 달랬다.
붓다의 대표적 협시보살(문수와 보현)을 곁에 두고, 신에 대한 경건(예찬)을 취했으니, 나름대로 성찬이다.
의상능선도, 백운대도 가지 못했다
몸이 괜찮을 땐 문수봉에서 청수동 암문으로 뒷걸음쳐 의상능선으로 길을 이었다.
나한, 나월, 용혈, 용출봉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산행의 진수를 만끽했다. 때론 가던 방향으로 직진해 대남, 대성, 보국, 대동문을 거친 후 만경대를 우회해 백운대를 오르기도 했다.
그 지극한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 즐거움을 누리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공격에 부상당한 몸으론 의상봉능선도, 백운대도 피안彼岸이다.
대성문에서 산성을 이탈해 영취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릉 청수장 입구까지 3km 길은 북한산에서 보기 드물게 평탄하고 고즈넉하다. 그 정도가 지금 나에게 적절한 하산이라고 판단했다. 무리했다간 더 아플 테니.
하산 길에 몸만큼 맘이 아팠다. 한갓 중년의 나이에 어쩌자고 맘대로 북한산도 활보 못 할 만큼 약해졌나.
청수계곡에 도착해 산길을 벗어날 때쯤 되자 욱신거리던 몸이 평정을 찾는다.
맑은 계곡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몸을 돌려, 저 멀리로 유려한 북한산의 능선들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부드럽고도 강한 선들….
중년에 쇼크처럼 찾아온 내 심신의 탈진을, 아무래도 북한산이 치유해 줄 것 같았다.
이제, 다시, 매주 북한산행이다. 재활의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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