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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신오덕 2005. 5. 2. 08:16


 

 

[만물상] '아! 어머니'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조선일보 2005.05.01 21:59 35'
 

전시장 벽면에 가득 걸린 편지들
 
중에서 유독 삐뚤빼뚤한 글씨의
 
편지 한 통에 눈이 간다.
 
‘민경아 보아라.
 
그동안 모든 일을 더욱 진취하여
 
건강이 인는야. 추인 날시의 건강
 
을 주이하여라….’
 
30년 전쯤 고향의 어머니가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에게 보낸 편지다.
 
문득 김영재의 시 ‘어머니의 편지’를
 
떠올린다.
 
‘맞춤법이 엉망인/ 고향에서 온/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나의 마음은/ 웬일일까/
 
가을 들풀처럼/ 눈물겹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맞춤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을 많이 썼다.

 

선생님께 갖다 내야 할 가정통신문 같은 데에도 꼭 잘못된 글자, 구식 표현이

 

몇 군데씩 있었다.

 

그게 창피하기도 하고 때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런 엄마의 글이라도

 

받아볼 수 있던 시절이 행복했다.

 

새삼 어머니의 존재가 소중하고 그분의 체취가 그리운 가정의 달 5월,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에서 ‘아! 어머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집에 사발시계 하나 없던 시절 자식 5형제가 20리 넘는 학교에 다녔으니 어머니는

 

새벽밥 전문가 셨지요.

 

비가 오거나 날씨가 잔뜩 흐릴 때는 시간을 짐작하기 어려웠던 어머니는 한밤중에

 

수십 번도 더 일어나셨지요.

 

그러니 어느 하룬들 편히 주무셨을까요.’(유승현·대전) ‘어버이날은 일당이 비싸다며

 

밤늦게까지 전단지를 배포하셨죠?

 

펄펄 끓는 설렁탕을 이고 배달가다 헛디뎌 등을 온통 데셨던 엄마, 저녁에 식당에

 

출근하다 10대들에게 구타당해 피범벅이 돼 돌아오셨던 엄마, 어이없게도 10대들이

 

빼앗아간 핸드백 속에는 개밥 담아올 검정 비닐봉지 한 장만 달랑 들어 있었죠.’

 

(박혜정·경기 고양)

 

▶1100여평 너른 전시장을 채운 2만여 전시물 중엔 전국의 조선일보 독자들이

 

보내온 600여점의 빛바랜 어머니 사진과 편지, 유품들이 있다.

 

서정하씨(서울 종로)의 어머니는 6·25 피란지에서 별세했다. 서씨가 서울 수복 후

 

집에 돌아와보니 쓰레기더미 속에 어머니의 빈 지갑이 보였다.

 

서씨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담긴 지갑을 50년 넘게 간직하다 이번에 내놓았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들의 삶이 고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춥고 배고팠지만

 

그들에겐 말썽 부리면서도 쑥쑥 커가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은 나보다 나은

 

세상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은 그 손길, 그 품의 따뜻함과 함께

 

그때의 꿈과 희망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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