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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와 퇴계학파

신오덕 2005. 6. 3. 07:58

[조용헌 살롱] 삼보와 퇴계학파


 


 
입력 : 조선일보 2005.05.30 18:37 06'
 


▲ 조용헌
조선의 선비 집안을
 
연구하는 필자로서는
 
선비집안 후손들이
 
사업적으로도 성공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꼭 그렇게 돌아
 
가지 않는다.
 
 
이번에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 소식도
 
그렇다.
 
삼보는 영남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후손
 
들이 관여되어 있는 매우 독특한 기업
 
이었다.

 

 


먼저 삼보를 창업한 이용태(李龍兌·74)

 

회장은 재령이씨(載寧李氏) 영해파

 

(寧海派) 충효당(忠孝堂)의 종손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통적인 한학교육을

 

받아서 한문에 능통하다.

 

 

지금도 즉석에서 오언절구나 칠언절구

 

의 한시를 지을 수 있는 한학자이기

 

도 하다.

 

 

이 회장은 퇴계선생 종가에 장가를

 

들었다.

 

 

퇴계종가의 큰사위인 것이다.

 

 

영남의 종갓집 혼맥을 보면 종가에서

 

자란 딸들이 다른 집안의 종손에게

 

시집을 많이 갔다.

 

 

어렸을 때부터 종가의 분위기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보의 부회장은 김종길(金鍾吉·64)

 

이다.

 

 

두루넷 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김 부회장은 안동의 명문가인

 

의성김씨(義城金氏) 학봉종택

 

(鶴峯宗宅)의 차종손이다.

 

안동의 의성김씨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만 해도

 

35명이나 된다.

 

김종길 역시 소동파의 적벽부

 

(赤壁賦)를 줄줄 외우고, 500여수에

 

가까운 한시를 암기할 정도로 한학

 

에 조예가 있다.

 

‘적벽부’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외우시던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도 또한 퇴계종가의 셋째 사위

 

이다.

 

 

이용태 회장이 퇴계종가의 큰사위

 

이고, 김종길 부회장이 셋째 사위

 

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태, 김종길의

 

집안이 모두 퇴계학파의 바통을

 

이어받은 집안이라는 점이다.


 

퇴계의 학맥은 학봉 김성일(金誠

 

一 :1538~1593)을 거쳐 장흥효

 

(張興孝 :1564~1633)에게

 

이어졌으며, 장흥효의 외손인

 

이현일(李玄逸:1627~1704),

 

이현일의 아들인

 

이재(李裁:1657~1730)를 거쳐

 

이상정(李象靖:1711~1781)

 

으로 이어진다.

 

 

퇴계 제자인 학봉의 후손이 삼보

 

의 부회장인 김종길이었고, 이현일

 

과 이재가 모두 재령이씨 집안으로서

 

이용태 회장의 선조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삼보는 퇴계학파

 

후손들이 운영한 기업이었던

 

셈이다.

 

삼보의 좌절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