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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무가 아닌가베

신오덕 2005. 7. 12. 12:56

 


 

[일사일언] "이 나무가 아닌가베"


 

오병욱·화가

 
입력 : 조선일보 2005.07.05 18:15 06'
 


▲ 오병욱 화가
그림이 좀 팔린 덕에
 
모처럼 부모님의 호주
 
여행경비를 조금 보탤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큼직한
 
부메랑을 하나 사다
 
주셨다.
 
 
당장 상주의 작업실로
 
달려갔다.

 

교문 옆에서 본관 쪽을 보고 냅다 던졌다.

 

근데 웬걸 돌아오긴커녕 단번에 운동장

 

건너 히말라야시더 높은 가지에 그대로

 

덜렁 얹혀버렸다.

 

 

저를 어쩌나.

 

왼쪽에서 세 번째 나무다.

 

헷갈리면 곤란하겠다.

 

왼쪽에서 세 번째, 왼쪽에서 세 번째….

 

 

그 나무 밑에 가서 돌멩이랑 나무 토막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반응이 없다.

 

제길, 단단히도 얹혔나 보다.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올라가야지 어떡해.

 

곰처럼 무작정 부둥켜안고, 머리로 잔가지

 

를 치받으며 무식하게 올라갔다.

 


손이고 머리고 송진

 

이 진득진득,

 

기분은 엉망이었지만

 

이젠 이판사판 무조건

 

올라가는 수밖에.

 

 

옆으로 내리뻗은

 

가지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없었다.

 

그 위에도. 그 위에도.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갔으나 부메랑은

 

없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어디로 갔지?

 

이때 문득,

 

‘오메, 이 나무가 아닌가베.’

 

‘우하하하’ 웃음이 터졌다.

 

텅빈 교정에서 혼자 큰소리로 웃었다.

 

바람에 나무꼭대기가 건들건들했다.

 

다시 세어보니 이 나무는 왼쪽에서 세 번째

 

나무가 분명했다.

 

그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처음부터 잘못 헤아린 게지.

 

과연 부메랑은 두 번째 나무 위에 있었다.

 

세 번째 나무 밑에 내가 던진 돌멩이며

 

나무 토막이 수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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