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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스

신오덕 2005. 11. 6. 16:16

 

 

[만물상]센서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입력 : 2005.11.01 19:28 05'

인도네시아 자바의
 
오지 마을 도지베오
 
는 400년 동안 인구
 
가 40명을 넘지
 
않게 제한해 왔다.
 
 
외부 사람 출입을
 
막은 채 사망자를 보충하는 선에서 출생을
 
관리했다.
 
촌장은 이 인구 규칙을 지켜내지 못하면
 
자기가 대신 죽거나 가장 가까운 친척을
 
처형해 책임을 졌다.
 
 
입이 많을수록 먹고살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에서다.
 
전국시대 한비자(韓非子)가 부국강병책
 
으로 ‘인구 억제’를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

 

를 빠져나오면서 가장 먼저 한 일도 머릿수

 

헤아리기였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그가

 

광야에서 그들을 계수(計數)했다’(구약 민수

 

기 1장).

 

 

마을이건 나라건 고대부터 ‘먹는 입’ 인구

 

(人口)의 파악은 과세와 노역(勞役), 징병

 

같은 공동체 살림의 기본이었다.

 

로마시대 인구조사 담당관 ‘센소르(censor)’

 

도 ‘세금을 매기는(censere) 사람’을 뜻했고

 

여기서 ‘센서스(census)’가 유래했다.

 

 

▶자바의 오지 마을이라면 모를까 전국의

 

모든 가구를 방문하는 전수(全數) 인구

 

조사 ‘센서스’는 보통 일이 아니다.

 

터키 정부는 2000년 어느 일요일 예산

 

450억원과 조사원 95만명을 동원해 센서스

 

를 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사실상 통행금지

 

와 가택연금 조치를 내렸다.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허가 없이 집

 

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3개월 구금형에

 

처했다.

 

온 상가가 문을 닫고 열차·버스도 끊겨 텅

 

빈 거리에 검문 경찰과 기자, 외국인 관광객

 

만 오갔다고 한다.

 

 

▶우리도 어제부터 보름 동안 ‘통계의 꽃’

 

‘통계 중의 통계’라는 센서스가 5년 만에

 

진행되고 있다.

 

예산 1200억원을 들여 조사원 10만명이

 

1600만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면접한다.

 

이를 기초로 갖가지 경제통계를 작성하고

 

미래의 변화를 점쳐 경제·복지·교육·노동·

 

여성·문화 등 모든 정책에 반영한다.

 

국가 대계(大計)의 토대인 셈이다.

 

▶핵가족과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어른이

 

집을 비우기 일쑤지만 그렇다고 터키처럼

 

집에 가둘 순 없는 노릇이다.

 

조사원들은 여러 차례 집을 찾거나 밤늦게

 

까지 집 앞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한다.

 

센서스에 성실히 답하는 것은 통계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다.

 

아직 실행된 적은 없지만 조사를 거부하는

 

사람에겐 벌금도 물리게 돼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식구들이 얼마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헤아려야 모든 식구가 보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