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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신오덕 2006. 1. 16. 12:52

 

[만물상] 정도전

 

 


‘역성(易姓) 혁명’의
 
1등 공신 정도전(鄭
 
道傳)은 집안이 그리
 
보잘것없었다.
 
 
아버지 대에 와서야
 
처음으로 과거에 급
 
제했다.
 
 
문제는 어머니 쪽이었다.
 
외증조부가 여종과 관계해 딸을 낳았는데 정
 
도전의 외할머니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권력을 쥔

 

뒤에도 “가풍이 바르지 못하다”는 탄핵을 받았

 

고 유배까지 갔다.

 

 

그가 문벌귀족이 주도하는 고려를 무너뜨리는

 

혁명가가 된 것도 출신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정도전은 고려와 다른 독자적 통치규범을

 

담아 ‘조선경국전’과 ‘경제문감’을 펴냈다.

 

이를 모태(母胎)로 삼은 것이 ‘경국대전’이다.

 

그는 500년 통치의 기틀을 닦은 조선 왕조의

 

설계자였다.

 

이방원에게 제거돼 역적으로 굴러떨어졌던 그

 

가 사상적으로 복권(復權)된 것은 정조 때 규

 

장각에서 저작집 ‘삼봉집(三峰集)’을 출간하면

 

서다.

 

 

정치적 복권은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으로 이

 

뤄졌다.

 

 

경복궁 터를 잡고 궁의 이름을 지은 이가 정도

 

전이었기 때문이다.

 

 

 

▶학문적 복권에선 문일평이 일제 때 삼봉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상백도 정도전이 왕자의 난 때 억울하게 희

 

생됐다는 논문을 썼다.

 

그에 관한 본격적인 학술 저작은 한영우가

 

1973년 출간한 ‘정도전 사상연구’다.

 

몇 년 전엔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이

 

나와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근래 정도전 얘기를 자주

 

꺼낸다고 한다.

 

“태종 이방원과의 권력투쟁에선 졌지만 조선

 

500년을 지배한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은 정도

 

전”이라는 것이다.

 

 

당장의 권력의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역사

 

에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취지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도전 얘기를 열 번도 더

 

들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 정도전의 어떤 대목을

 

이어받으려 하는지 각론(各論)은 좀처럼 들리

 

지 않는다.

 

 

 

▶대통령이 정도전을 정치의 지표로 삼으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가 적지 않다.

 

 

한 중진학자는 “지금은 혁명이 아니라 해방 이

 

후 이뤄온 것을 다듬어 사회통합을 이뤄야 할

 

수성(守成)의 시대”라고 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과 행로가 당장은 외면

 

당할지라도 훗날 역사적 평가를 받으리라는

 

바람을 정도전 이야기에 담고 싶은 것인지 모

 

른다.

 

 

 

그러나 역사 인용은 자기합리화보다는 겸허하

 

게 교훈을 얻는 수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19세기 영국 정치가 디즈레일리는 책을 다양

 

하게 읽지 않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했다.

김기철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입력 : 2006.01.15 22: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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