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마지막 수업으로 정년 퇴임 본문

성공

마지막 수업으로 정년 퇴임

신오덕 2006. 2. 13. 11:33

 

“그때 그 아이들 보고싶어”… 마지막 수업으로 정년퇴임


 
 
 
 
 
 
 
 
 
 
 
 
 
 
(::최길시 경기 분당중 교장 30 ~ 50대 제자들과 추억 버무린 만남::)

이달말로 44년11개월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중학교
 
최길시(62) 교장이 11일 옛 제자들을 불러 ‘마지막 수업’을 했다.

최 교장은 “딱딱한 정년퇴임식보다는 옛 제자들과의 재회를 통 해
 
지난 교직생활을 반추해 보는 것도 뜻있다 싶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수업에는 최 교장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사항을 보고 초임발령 시절부터 최근 까지 30~50대 나 이의
 
제자 60여명이 참석해 교실이 북적거렸다.

멀리 울산에서 비행기편으로 참석한 제자, 20여년전 빛바랜 앨범을
 
들고 찾아온 제자, 일본 나고야(名古屋) 한국교육원 파견교사 시절
 
만났던 재일교포 제자도 있었다.

최 교장은 ‘나’라는 주제를 칠판에 적으며 시작된 수업에서 인기
 
진료과목을 마다하고 흉부외과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
 
얘기, 다섯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17세에 초임교사가 됐던
 
사 연, 의대 등록금이 없어 의사 꿈을 접은 아픈 기억을 회고
 
했다.

그는 또 “요즘 세태에선 ‘돈벌라’고 해야 했는데 ‘공부하라 ’
 
고만 말한 것을 반성한다”면서도 “그래도 정직하고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주문했다.

최 교장은 ‘따분한 수업의 양념’이라며 수업 도중에 색소폰
 
으로 ‘마이 웨이(My Way)’를 연주하기도 해 제자들의 박수
 
세례를 받기도 했다.
 
가요 ‘만남’을 함께 부르며 수업을 끝낸 최 교 장과 제자들은
 
최 교장이 준비한 포도주가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추억을
 
되살렸다.

제자 서경희(51)씨는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정말 존경
 
했고 열심히 가르치시고자 했다”며 “정말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1961년 강원 묵호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강릉상고, 강릉고, 철원고 국어교사를 거쳐 일본 나고야
 
한국교육원 교감, 홍콩한국국제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수원=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