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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강선영의 뉴욕공연을 보고 열정을 배워라

신오덕 2006. 8. 15. 16:30

 

 

[만물상] 83세 강선영의 뉴욕공연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
 
치는 베를린 장벽 붕괴
 
전야에 서베를린 쪽 장벽
 
아래 혼자 앉아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켰
 
다.
 
 
 
구소련 망명객인 그가 고
 
국을 그리는 회한의 연주였다.
 
 
 
그는 1990년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모스크바 공연을 가져 한을 풀었다.
 
내년에 여든을 맞는 그는 “긴 연주 인생의 마지막
 
연주를 하기 전까지는 휴가 갈 생각이 없다”고 잘
 
랐다.
 
 
 
“지친 몸으로 공연장에 들어서도 연주를 시작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여든을 넘긴 피셔 디스카우는 서정적 독

 

일 가곡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바리톤이다.

 

그는 발을 헛디뎌 구르는 바람에 어깨를 다쳐 잘

 

츠부르크에서 열려던 80세 기념 리사이틀을 포기

 

했다.

 

 

 

지금 디스카우는 지휘자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

 

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됐을 뿐”이

 

라고 했다.

 

 

 

여든에 오페라 ‘팔스타프’를 작곡한 베르디를 생각

 

하면 큰 욕심도 아니다.

 

 

 

▶현대무용의 어머니 마사 그레이엄은 죽기 한 해

 

전 96세에 ‘단풍잎 래그’를 썼다.

 

181번째 작품이었다.

 

 

 

자기 작품 여주인공은 꼭 맡았던 그녀는 일흔여섯

 

이 돼서야 관절염 탓에 자리를 물려줬다.

 

 

 

그녀는 “내가 무용을 선택한 게 아니라 무용이 나

 

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배운 전위무용 대가 머스 커닝햄도 여든

 

둘까지 무대에 섰다.

 

 

 

일본 전통무 부토의 명인 오노 가즈오는 90대 중

 

반에도 춤을 췄다.

 

 

 

▶태평무 보유자 강선영이 뉴욕 링컨센터에서 춤

 

사위로 뉴욕 관객을 사로잡았다.

 

 

 

테러로 상처 입은 거대도시에 태평무로 평화를 빌

 

고 살풀이로 죽은 영혼을 쓰다듬었다.

 

 

 

여든셋 강선영은 공연 전 종아리가 파스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걷기도 불편한 몸으로 70년 무용인생의 에너지를

 

한껏 풀어놓았다.

 

10월엔 프랑스에서도 공연한다.

 

 

 

▶“무대에 오를 힘만 있다면 언제건 춤이 되고 싶

 

다.”

 

 

 

강선영의 다짐처럼 우리 춤꾼엔 팔순 현역이 수두

 

룩하다.

 

 

 

승무 이매방, 양산학춤 김덕명, 입춤 문장원…. 지

 

난해 이들은 말 그대로 다시 보기 힘들 무대 ‘전무

 

후무’에 함께 섰다.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는 “늙어가는 사람만큼 인

 

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노(老)대가의 예술혼과 감동은 세월을 헤치며 쌓

 

아온 넉넉한 마음과 인생을 보는 따뜻한 눈길에서

 

솟아난다.

 
 
김기철 논설위원 kichul@chosun.com
 
입력 : 200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