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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원과 입추

신오덕 2006. 8. 8. 18:48

 

 

[이덕일 사랑] 中元과 立秋

 

 


지금은 음력 7월 보름도 모르
 
 
고 지나가지만 예전에는 대단
 
히 중요한 날이었다.
 
 
 
이날이 중원(中元)으로서 정월
 
보름인 상원(上元), 10월 보름인 하원(下元)과
 
함께 삼원일(三元日)의 하나이자 백중일(百中日)
 
이었다.
 
 
 
백중일이 변하여 백종일(百種日), 백중일(白衆
 
日)이 되었으며, 망혼일(亡魂日)이기도 했다.
 

 

 

이날 신라나 고려에서는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었다.

 

하안거(夏安居) 끝 날 행하는 불사로서 ‘우란분

 

경(盂蘭盆經)’에는 목련경(目連經)을 지은 목련

 

비구(目連比丘)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건지기

 

위해 오미(五味)의 백과(白果)를 쟁반에 담아 시

 

방대덕(十方大德)에게 공양했다고 전하는데, 시

 

방대덕은 사방(四方)과 사우(四隅)와 상하에 있

 

는 모든 부처를 뜻한다.

 

 

 

부처에게 공양함으로써 명계(冥界)에서 거꾸로

 

매달린 망령(亡靈)의 괴로움을 구원한다는 뜻에

 

서 망혼일(亡魂日)이기도 했다.

 

 

 

신라나 고려에서는 민간도 함께 공양했으나 억

 

불숭유(抑佛崇儒)의 나라 조선에서는 승려들만

 

의 행사가 되었고, 사대부들은 대신 가묘(家廟)

 

에 조생(早生)의 벼를 천신(薦新)했다.

 

 

 

이날을 전후해 세서연(洗鋤宴), 즉 호미씻이 모

 

임이 벌어졌다.

 

 

 

‘머슴날’이라고도 하는데 일종의 농부위로연으

 

로서 더위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는 날이었다.

 

마을 형편에 따라 적당한 날을 정해 동네 숲이나

 

큰 느티나무 아래 머슴과 농부들이 모여 주인집

 

에서 장만한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농사의

 

수고를 위로했다.

 

 

 

농악(農樂)과 씨름판이 벌어지고, 씨름왕이나 가

 

장 농사가 잘된 집 머슴을 뽑아 장원(壯元) 술을

 

먹이고 황소에 태워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주인집

 

으로 가면 새로운 음식을 내어 대접했다.

 

 

 

삼원일뿐만 아니라 사립일(四立日)도 도가(道家)

 

에서 높이는 날인데 사립(四立)은 입춘(立春)·입

 

하(立夏)·입추(立秋)·입동(立冬)이다.

 

 

 

오늘(양력 8월 8일)이 음력 7월 보름이자 입추이

 

다.

 

 

 

조선의 태종은 이런 날 재계(齋戒)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원과 입추가 겹친 오늘을 기점으로 더위가 한

 

풀 꺾이듯 우리 사회도 침체에서 벗어나기를 기

 

대한다.

 
 
이덕일·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