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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화장실 문화를 보면서 지혜를 배워라

신오덕 2006. 9. 2. 13:50

 

 

[이덕일 사랑] 각국의 화장실 문화

 


1990년대 초반에는 중
 
국 베이징(北京) 시내
 
에 나갈 때면 꼭 ‘북경
 
만보(北京晩報)’를 사야
 
했다.
 
 
언론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그나마 비정치적인
 
기사가 실리는 신문이기도 했지만, 악명(惡名)
 
높은 공중화장실을 갈 때 필요했기 때문이다.
 
 
칸막이도 없고 앞문도 없는 화장실에서 옆 사람
 
에게 덜 민망하려면 내 얼굴이라도 가려야 했다.
 

그러나 로마나 파리처럼 유서 깊은 유럽 도시들

 

을 여행하다 보면 때로는 베이징의 화장실이 그

 

리워질 정도로 화장실 인심이 야박하다.

 

 

힘들게 찾아도 십중팔구 유료다.

 

파리 북역(北驛)의 경우 1유로(1250원)나 하니

 

소변 한 번 보는 대가치고는 사나운 인심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왕 루이 14세가 지은 화려한 베

 

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었다는 것은 잘 알려

 

진 사실이다.

 

당시 귀족들은 조선시대의 ‘매화(梅花)틀’에 해

 

당하는 이동식 화장실을 갖고 다녔다.

 

‘천하무적 잡학사전’에 따르면 루이 14세는 무려

 

26개의 매화틀이 있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못한 귀족이나 몸종들은

 

궁전의 정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악

 

취가 진동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원에 세운 출입금지 표지판의

 

이름이 ‘에티켓(Etiquette)’이었다.

 

에티켓은 매화틀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용어였던 셈이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아직도 봉건시대의 건축

 

전통을 고수하며 공중 화장실 건립 대신 길눈 어

 

두운 관광객들에게 ‘에티켓’만 강요하는 셈이니

 

시대착오적인 아집이다.

 

 

2008년 올림픽 준비에 나선 베이징은 공중화장

 

실뿐 아니라 청나라 때 모습을 간직한 ‘ㅁ’자 모

 

양의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이 즐비한 뒷골목

 

‘후퉁(胡同)’까지 무차별 철거하고 현대식 빌딩

 

으로 대치하고 있다.

 

 

전통가옥의 무차별 철거를 뒤늦게 후회하는 서

 

울의 전철을 밟는 듯하더니, 최근 사합원의 가치

 

가 재인식되면서 경매까지 실시할 정도로 인기

 

라니 다행이다.

 

 

유럽 도시들의 전통 보존 정신은 본받되 화장실

 

에 야박한 건축 방식은 본받지 말아야겠다.

 

또 새로 만들어지는 국내 공중화장실의 여성 변

 

기 숫자가 남성용의 1.5배로 늘어난다는 소식이

 

다.

 

 

조금 더 깨끗이 사용한다면 화장실 문화만큼은

 

한국이 세계 제1의 모범국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이덕일 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8.28 23:2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