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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철과 신념
백담사 만해축전과 시조 본문
[이덕일사랑] 백담사 만해축전과 시조
1906년 7월 21일자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대구
여사(大丘女史)의 ‘혈죽가(血竹歌)’가 현대
시조
의 기점이라니 올해로 꼭 100년이다. 자결한
민
영환(閔泳煥)의 충정을 그리는, “협실의 솟은
대
는 충정공 혈적이라”로 시작되는 ‘혈죽가’가
‘흉
중(胸中)에 불이 나니 오장(五臟)이 다 탄다’로
시작되는 조선 중기 박태보(朴泰輔)를 비롯한
수
많은 충절가 등과 내용과 형식의 어떤 차이
때문
에 현대시조의 기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시조 자체는 2세기 때 고구려 을파소(乙巴素)의
“월(越) 상국(相國) 범소백(范少伯)이
명수공성
(名遂功成) 못할 전(前)에…”라는 작품이나
7세
기 때 신라 설총(薛聰)의 “인심은 터가 되고
효
제충신 기둥되어…”라는 노래가
박효관(朴孝寬)
이 편찬한 ‘가곡원류(歌曲源流)’에 실려 있는
데
서 알 수 있는 것처럼 1500년 세월을 훌쩍
뛰어
넘는 민족의 노래였다.
작자의 신분도 “청강(淸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건대···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
리 우슬대로 웃어라”라고 노래한 국왕 효종(孝
宗)부터 “말 없는 청산이요 태(態) 없는 유수(流
水)로다…”라는 유학자 성혼(成渾)을 비롯해 “산
촌에 밤이 드니 먼 데 개 짖어온다… 저 개야 공
산(空山) 잠든 달을 짖어 무삼하리요”라는 영조
때 기생 천금(千錦)에 이르기까지 구분이 없었
다.
소재도 김천택(金天澤)의 “부생(浮生)이 꿈이거
늘 공명이 아랑곳가…”라며 인생의 부질없음을
노래하기도 하고 기생 명옥(明玉)의 “꿈에 뵈는
임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 탐탐(耽耽)이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보리…”라는 연정(戀情)에서
“벼 베어 소에게 싣고 고기 건져 아이 주며…”라
는 노동요까지 제한이 없었다.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12일 백담사에서 ‘현대시
조 100년 세계민족시대회’가 열린다. 한용운(韓
龍雲) 역시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
으니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
리”라는 절창 ‘사랑’을 지었던 시인이었다.
가장 민족적인 시조가 세계인이 공감하는 노래
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newhis19@hanmail.net
입력 : 200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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