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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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흐르는 강물처럼 변신하라

신오덕 2007. 2. 6. 13:19
  • [일사일언] 흐르는 강물처럼
  • 채인선·동화작가
  • 입력 : 2007.01.31 00:01
    • ▲채인선·동화작가
    • 어릴 적 나는 어떻게 새벽이 오는지 궁금했다. 새벽은 걸어오는가? 빛의 망토를 두르고. 아니면 눈처럼 소리없이 쏟아지는가? 밀물처럼 스멀스멀 기어드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잠이 덜 깬 아기처럼 어둠의 등에 업혀 오는가?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 지도 나의 오랜 의문이었다. 봄은 어디서 오는가? 여름은? 이미 와 옷장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있는가? 젊음은 어떻게 가고 늙음은 어떻게 오는가? 사람의 일평생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그리고 그 다음 생은 또 어떻게 시작되는지. 나는 그 오고 가는 것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하는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이들에 대해 무심해졌다. 나는 다만 그 길고 긴 강물의 흐름을 느끼고 있다. 이 강물에는 어떤 이음새도 없다. 어디서 발원했는지도,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다. 쉼 없이 흐르는 세월에 나는 무릎까지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물이 차 발이 좀 시리다는 것, 넘어지지 않으려면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날이 맑으면 좀더 멀리까지 강이 흐르는 것이 보이고 날이 궂을 때는 한치 앞도 안 보인다.

      물 속에 서 있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물을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고 물을 따라 내려갈 필요도 없다. 물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울퉁불퉁한 바위라면 물이 둥글게 깎아줄 것이다. 내가 이미 둥근 돌이 되었다면 이제는 물이 나를 더 잘게 부술 것이다. 아무 것도 이 세월을 향해 할 것이 없다. 이루어져야 할 모든 것은 세월이 나에게 한다. 부드럽게 나를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