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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덕 2013. 2. 19. 08:15

 

[이 사람] ‘문신 합법화’ 가는 길 사회기부로 넓힌다

한겨레 | 입력 2013.02.18 20:00 | 수정 2013.02.18 22:40

 [한겨레]'국토종단 나눔여행' 나선 타투이스트 이랑씨


'일진' 출신서 예술가 극적변신


오늘부터 1년간 대장정 나서


"사회 기여할 방법 고민했다"

손가락 마디마다 검은 문신이 도드라진다. 모자를 눌러쓴 목 뒷덜미로도 문신이 삐죽 솟아 있다. 타투이스트(문신예술가) 이랑(39·사진)씨의 첫인상은 봉사나 나눔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요즘 그의 내면에선 순하고 부드러운 '기부전도사'가 자라고 있다.

15일 서울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기부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 차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19일부터 1년간 도보로 국토를 종단하는 장도에 오른다.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다. 나눔 기부 캠페인이다. 1만보를 걸을 때마다 1천원의 기부금을 아름다운재단에 적립할 예정이다. 그저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기부를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의 기부를 이끄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이씨는 '타투(문신) 합법화' 운동을 펼치면서 2007년부터 유명세를 치러왔다. 한국에서 문신은 의료 행위다. 자격증을 갖춘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을 갖춘 의료인은 드물고, 문신에 관심있는 이들이 자격증을 얻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국내 문신시술은 '음성화'된 상태다. 문신을 '예술'로 이해하는 이씨는 사재를 털어 2010년 대한타투협회를 세웠다. 이듬해엔 일본의 독도 도발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문신의 양성화·합법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씨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타투 합법화를 요구하면서 사회에 내 요구를 관철시키려고만 했지, 내가 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는 고민 못했다는 걸 알았죠." 그런 생각에 이르자 봉사, 나눔, 기부 등에 자꾸 마음이 가 닿았다.

결국 텐트 하나 들고 숙식을 해결하는 기부여행을 도모하게 됐다. 혼자 걷는 길이지만 외롭지만은 않다. 그가 머무는 지점을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아름다운재단 누리집 등에 공유하고, 합류를 원하는 이들과 함께 걸을 계획이다. 벌써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이는 그의 인생에서 극적인 반전이기도 하다. 이씨는 고교 시절 이른바 '일진'이었고, 폭력 조직에 휘말려 교도소에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거친 청년이 문신예술가로, 다시 사회운동가로, 마침내 기부전도사로 거듭나는 긴 여정의 한 매듭이다. 도보여행 중 경기도의 한 교도소에 들러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강연하기로 한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다.

"실패를 겪거나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여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제 모습이 그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