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날은 눈보라가 날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날이었다. 순찰차 4대와 경찰관 9명이 출동해 주변을 샅샅이 뒤진 결과 마포대교 중간에서 난간을 붙잡은 채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한강을 쳐다보고 있는 A 씨를 겨우 발견했다.
이곳은 바로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지난 7월 투신한 곳이었다. 곧 다리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자세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우 경사가 A 씨에게 말을 걸었지만 A 씨는 묵묵부답인 상태로 버텼고 ‘여자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또래인 민새롬(여·26) 순경에게 대화를 시도하게 했다.
민 순경의 설득에 10분 만에 난간에서 내려온 A 씨는 경찰서 지구대로 와서도 침묵을 지키다 집에서 급히 달려온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1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A 씨는 “이날 회식을 하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핀잔을 듣고 자살 시도를 하게 됐다”며 “평소 술이 약하다는 게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놨다. 술자리가 괴로웠던 A 씨는 이날 회식 도중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귀하게 자라서 저런다”며 “사회 생활을 하려면 술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비관 상태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신원 확인 등의 기초 조사를 마친 뒤 바로 귀가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사한 지 1주일밖에 안 된 사회 초년병의 잘못된 선택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