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분배의 원칙을 지켜라

[매경춘추] 기부의 확산
기사입력 2014.01.08 17:53:19

지난 1일 국회 세법개정 심의에서 지정기부금을 소득공제 특별공제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세수 부족 때문에 고민하는 과세당국도 기부문화 확산 여론에 공감하고,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세제 혜택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문화를 늘리겠다는 취지에 우선 공감한다. 사실 세금을 활용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아이디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 모양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세제 혜택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의 최근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에서도 기부와 자선문화 확산을 통해 기부에 유리한 세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다 정교한 기부금 공제와 환급제도, 비영리법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적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단체에 기부할 때 정부가 감세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세금을 올려 정부가 직접 필요 부분에 지출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처럼 청년실업이 문제가 된다면, 일자리 창출을 돕는 단체에 기부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과세당국과 정치권의 기부금 세법개정 노력도 실러 교수의 견해에 못지않은 빠른 실행력을 보여줘 기대가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도 고객과 함께 기부활동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 고객은 수년간 2200만원을 기부했는데, 507번에 걸쳐 몇만 원씩 쪼개 사랑을 나눴다. 습관처럼 조금씩 나누는 것이다. 기부를 거창한 명분이나 사명감으로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타심이 행복을 가져온다고 강변하기는 더욱 어렵다. 연말 반짝 세밑 기부문화가 아니라, 언제든지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양한 기부처에 신용카드로 기부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의 본질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