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회식명소] 더스테이크하우스
직장인 회식 장소로 인기 있는 고깃집이나 횟집들은 대체로 시끄럽고 번잡스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팀원 간의 결속력을 다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할 회식이 ‘흥청망청’ 술만 마시는 자리로 변질되기도 한다. 서울 양재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더스테이크하우스>는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며 업무시간 동안 쌓인 긴장감을 풀 수 있는 곳이다. 더불어 점심시간을 이용하면 스테이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양재동 직장인들이 점심 회식 장소로도 애용하기도 한다.
종갓집 종부의 야무진 손맛 담긴 양식당
<더스테이크하우스>는 주부 경력 30년 차의 여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요리를 해서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 좋아했던 주인장은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도 지인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곤 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들어서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왔다기보다는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초대받은 듯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음식에서도 가정식의 느낌이 가득하다. 인스턴트 식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조리하는 방식 그대로 만든다. 따끈하게 제공되는 식전빵에는 부드럽게 크림화된 연두색 버터가 곁들여진다. 연두색의 정체는 바로 녹차가루다. 느끼한 음식에 녹차가루를 살짝 넣어 맛을 잡곤 했던 주부의 지혜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샐러드 드레싱이나 수프도 주인장이 직접 재료를 갈아 만든 것들이다.
종갓집 종부로 살아오며 요리 솜씨를 다진 주인장의 음식에서는 소박하지만 야무진 손맛이 느껴진다. 스테이크는 국내 특급호텔 셰프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미국의 단골 레스토랑에서 현지의 조리법을 배우기도 하며 레시피를 완성했다. 외교관 부부 손님이 ‘호텔 레스토랑보다 낫다’고 칭찬할 정도로 손님들 사이에서 맛을 인정받고 있다.
- 샤토브리앙스테이크
보약 달이듯 만든 소스와 샤토브리앙 안심 스테이크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안심스테이크(3만9800원)’다. 산후조리용 미역국이나 이유식을 만들 때 소고기 안심을 최고로 칠만큼 소고기 안심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다. 이 집에서는 안심 중에서도 최고급 부위인 ‘샤토브리앙’을 내고 있다. 샤토브리앙은 소 한 마리에서 80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고급부위로, 19세기 프랑스 귀족이었던 샤토브리앙 남작이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부위를 찾게 한 것에서 유래했다. 안심 중에서도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한가운데 연한 부위로만 만들어 식감이 무척 부드럽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브라운소스는 소뼈와 소고기를 넣고 만들었다. 물보다 고기를 더 많이 넣고 엑기스를 뽑듯 끓인다. 무려 7일 동안 정성껏 달인 육수는 ‘진국’이라 불러도 될 것 같고 ‘보약’이라 표현해도 될 것 같다. 메뉴는 서양식이지만 만드는 방식은 종갓집 종부의 정성이 그대로 이어졌다. 주인장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외식을 시켜본 적이 없고 특별한 날이면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 상을 차리곤 했다. 그래서 주인장이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만든 요리들은 ‘엄마의 특별식’처럼 느껴진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양식요리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스테이크 세트메뉴인 ‘커플세트(2인기준 8만6800원)’와 ‘패밀리세트(4인기준 17만8000원)’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 뚝배기파스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와 뚝배기 파스타
2주에서 4주간 건조숙성을 거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꽃등심 6만9800원)’도 호평받는 메뉴다. 고기 표면을 공기 중에 노출해 수분을 날리며 숙성시키는 드라이에이징(Dry-Aging) 방식은 원육의 풍미가 압축돼 한층 고소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숙성법이다. 드라이에이징 숙성육은 딱딱하게 건조된 겉부분을 버려야하기 때문에 손실율이 높고 그만큼 단가가 비싸다. 하지만 습식숙성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이 있어 스테이크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메뉴다. 마블링이 보존되는 습식숙성육은 부드러운 기름맛으로 먹지만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단백질에서 우러난 구수한 맛으로 먹는다. 단백질이 자가소화효소로 인해 분해되며 감칠맛 성분인 아미노산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연도가 증가해 부드럽게 씹히는 데다가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집에서는 꽃등심, 티본, 엘본, 포터하우스 네 가지 부위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씹을수록 물씬 배어나오는 숙성향은 마치 진한 치즈를 연상케 하며 물리지 않는 깊은 감칠맛이 느껴진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500g정도로 넉넉하게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 <더스테이크하우스>는 뚝배기에 담아내는 파스타로도 유명하다. 해산물스파게티(1만9600원)과 안심스파게티(2만1800원)가 마련돼 있으며 소스는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로제소스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개업 당시 주방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뚝배기 파스타는 온기를 오래 보존할 수 있어 식사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파스타를 먹을 수 있다. 육식을 즐기지 않는 손님에게는 크림소스를 얹은 핼리벗 스테이크(3만5000원)를 추천한다. 핼리벗은 북대서양에서 잡히는 큰 광어로, 지방이 적어 탄탄한 치감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 더스테이크하우스 내 외부
테이블보 깔아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조성
이 집의 아늑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것은 면 테이블보다. 세탁과 다림질 등 유지하는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요즘 이렇게 테이블보를 고수하는 레스토랑은 흔치 않다. 표면이 매끈한 테이블은 청소가 간편하지만 소리를 그대로 반사해 실내 소음수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배경음악 볼륨이 높은 것도 아니고, 크게 떠드는 사람이 없는데도 식당 분위기가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까이 앉은 사람끼리도 대화하기 힘들고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더스테이크하우스>가 다른 레스토랑보다 특별히 아늑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패브릭이 주는 따뜻한 인상뿐 아니라 주변 소음을 흡수해 피로감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테이블보는 주인장이 동대문에서 직접 원단을 떼다 만들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테이블보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 매일 테이블보를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일은 번거롭지만 손님이 식사시간만큼은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인장은 테이블보를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더스테이크하우스>는 서양식 레스토랑임에도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더스테이크하우스>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29길 11, (02)546-5469, 영업시간 11:30~23:00
글·사진 김부로니(엔비어블) 맛집 블로거(blog.naver.com/enviableb)사진 찍고 글 쓰는 3년차 맛집 블로거. 맛있는 음식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특별한 미각을 지닌 미식가보다는 맛있게 잘 먹고 잘 마시는 호(好)식가를 지향한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탐(探)식가를 목표로 요리 자격증을 따고 와인 아카데미를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