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을 반복하라

 

[매경춘추] 연비 논란에 대해
기사입력 2014.08.10 17:39:23 | 최종수정 2014.08.10 21:27:29	0 0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구글

고유가와 경제성장 둔화로 가계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자동차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보다 연비가 좋은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당연히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연료 소모가 적다는 것을 홍보한다. 소비자들도 자동차를 선택할 때 연비를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직하고 투명한 연비 데이터가 중요하다. 그러나 연비 측정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럽 소비자들은 발표되는 연비 데이터가 특정 시험 환경에서 실시된 특정 시험 방법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유럽 소비자들은 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운전습관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실생활에서 운전할 때 일반 소비자들은 표준시험 방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표준연비시험 결과는 독립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반복할 때 동일한 결과를 산출해야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최근 벌어진 연비 논란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외국의 자동차 제작사들은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시험 방법을 준수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다른 시험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고 어떤 데이터를 믿어야 할지 난감하게 된다. 반면 자동차 제작사들은 관련 법규가 일관성이 없어 어떤 법과 시험 방법을 따라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양다리를 걸쳐야 할 처지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과 자동차 제작사들은 정부와 산업표준 및 시험 방법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유럽에서는 운전면허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연비와 탄소배출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환경과 연비에 미치는 운전습관에 관한 문항이 22개나 된다. 그래서 이처럼 복잡한 이슈를 단일 시험 결과로 축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표시 연비와 실제 연비 간 차이가 5%를 초과하면 벌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제작사는 비용이 추가 발생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표준의 통합과 시험 방법ㆍ조건의 냉정한 평가 그리고 홍보다. [틸로 헬터 만트럭버스코리아 한국지사장·유럽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