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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책을 쓰는 지혜를 배워라

신오덕 2014. 9. 19. 11:15

 

[매경데스크] 正祖가 세월호법을 푼다면
기사입력 2014.09.04 17:40:46 | 최종수정 2014.09.04 18: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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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 영조와 함께 탕평책으로 유명한 정조는 `소통의 제왕`이기도 했다.

조선 중기 군왕 직통 민원창구였던 `격쟁(擊錚)`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군주가 바로 정조였다. 격쟁이란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임금 행차길에 징이나 꽹과리를 울린 뒤 무릎을 꿇고 직접 하소연하는 제도다. 정조는 재임 중 총 3355건, 한 번 행차 때 평균 51건씩 상언이나 격쟁을 처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남발되자 쓸데없는 격쟁을 했다간 곤장 100대, 3000리 유배형에 처하는 법까지 생겨났다. 정조 15년에 한 평민이 양반들 횡포에 맞서 노비 30명ㆍ경작지 30결 이상 보유 금지, 군포 20척 이하 축소 등 금기에 가까운 격쟁을 했다. 형조는 신분질서를 깨뜨리는 행위라며 중형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조는 노비 군포 등 근간은 건드릴 수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소 무단 도살 금지 등 다른 청은 즉각 시행하라고 각 도에 전교를 내렸다.

"타인 눈을 뺀 자는 그의 눈도 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잘 알려진 인류 최초의 성문법 함무라비법전에 나오는 조문이다. 흔히 보복을 정당화하는 조폭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취지는 정반대다. 당시 만연했던 보복살인을 막기 위해 `동일한 정도`로 형벌 수위를 제한한 일종의 인권법이다. `동등한`이라는 뜻인 라틴어에서 유래한 `탈리오(talio) 법칙`은 기원전 450년께 고대 로마법에서 완성된다. 여기서 발전해 대부분 문명국이 형사법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게 소위 `자력구제(自力救濟) 금지의 원칙`이다. 한마디로 `피의 보복을 막기 위해 피해자 스스로 해결사로 나서선 안 된다`는 룰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세 차례 진행된 여당 원내대표단과 유족 간 협상이 결국 아무런 성과도 못 낸 채 공회전만 거듭했다. 흔히 보혁 갈등 등 정치적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히다 보니 고차원 방정식으로 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보다는 서로 다른 논리와 언어로 자기 얘기만 하다 보니 `말이 안 통하는`, 이른바 불통 문제가 더 컸다고 본다.

율사 출신인 주호영 정책위 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여당 내에서도 논리 정연하고 토론 잘하기로 손꼽히는 의원들이다. 이들은 유족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한 진상조사위 수사권ㆍ기소권 부여에 대해 `자력구제 금지 원칙` 등을 들어 불가하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만에 하나 여야가 `아주 특별히` 이번에만 예외를 인정하자고 합의해도 나중에 위헌 시비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율사들의 조리 있는 법리 설명은 유족들 마음을 움직이기엔 미흡했다.

당선 직후 진도 팽목항에 들렀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유족들 공통적인 하소연을 이렇게 전했다. "딴건 관심도 없어요. 생때같은 내 자식이 왜 그리 억울하게 죽었는지, 누구 잘못인지, 무엇을 고쳐야 비슷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그것만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본질이라면 특별법 조문에 수사권ㆍ기소권 문항을 넣을지 말지를 놓고 그토록 오랜 시간 샅바싸움을 해야 하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왕비가 죽었는데 만장에 무슨 글귀를 넣을지 다투느라 몇 년간 장사를 못 치른 조선시대 당파싸움과 다를 바 없다.

혹시 칼로 두부 자르듯 하는 서양식 법률보다는 `위민의 정`이 있는 정조식 소통에 해법이 숨어 있지 않을까. 추석 명절 때 박근혜 대통령이 유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라도 함께 나누는 것은 어떨까. "일단 유족도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부터 출범시켜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하나씩 따져보죠. 혹시라도 조사를 방해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청와대에 진정하세요. 대통령도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유족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하는 답변이 혹시 이처럼 단순명쾌한 한마디가 아닐까.

[설진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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