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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선물을 하라

신오덕 2014. 9. 19. 11:12

 

[매경춘추] 명절 선물의 미래
기사입력 2014.09.05 14:47:15 | 최종수정 2014.09.05 14: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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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이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에는 풍성한 데가 있다. 아직 명절 선물을 주고받을 여유에 다다르진 못해서 아무래도 관찰자의 시선이 되고 마는데 흥미로운 구석도 많다. "역시 먹을 것이 최고, 귀한 것을 보낼 테니 잘 먹게나" 같은 메시지가 생략된 채 대뜸 식료품들이 오가는데, 냉장고에 여유가 있는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집을 비울 계획은 있는지, 못 먹는 음식은 아닌지 묻지도 않고 보내는 선물들이란 호방하기까지 하다. 살아 있는 어패류가 물을 푸푸 뿜으며 도착하는 일도 심심치 않고, 한번은 잘못 배달된 곶감 때문에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오락가락하면 상하니 그냥 그쪽에서 맛있게 드세요"라는 쿨한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우정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보내는 선물이라면 괜찮은데, 아무래도 명절 선물은 권력 관계를 반영한다. 배명훈 소설가의 작품 `타워`에서는 선물로 오가는 양주가 화폐 기능을 함에 착안하여 케이스에 전자 태그를 붙여 한 도시의 권력 구조를 살피는 내용이 있다. 불편한 관계, 잘 보여야 하는 관계, 마음 없이 주고받는 관계들이 아무래도 훈훈하고 푸근한 경우보다 많지 않을까 싶다.

미래의 명절 선물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간소해질 것 같다. 허례 없이 정말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전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어떤 품목들이 점점 인기를 얻을까 생각해보았다. 일단 자리를 많이 차지하거나 손질이 어렵거나 쉽게 상하는 품목은 선호되지 않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가 느는 추세니 고기세트도 주춤할 것이다. 세대 구성원의 수는 줄어드니 과일도 큰 박스보다는 작은 포장이 되지 않을까. 과자류가 인기이려나 싶지만 저탄수화물식의 선호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명절 선물도 스마트폰으로 흡수될지 모르겠다. 물류와 운송 비용, 환경에 나쁜 과대 포장을 떠올리면 기분이나 모양은 좀 덜 나도 바람직할 것이다.

더불어 문화상품의 비율이 조금 올라가면 좋겠다. 집집마다 선물받은 음식을 쌓아두고 먹느니, 요즘 다시 조금 늘고 있다는 독특하고 작은 서점들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이나 가까운 공연장의 예약권은 어떨까.

[정세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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