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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좀 더 값지게 살아라

신오덕 2014. 10. 31. 15:45

[매경춘추] 사람의 사계절
기사입력 2014.10.30 17:44:08 | 최종수정 2014.10.30 17: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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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 1주일 앞이다. 겨울이 온다. 평창의 산간 밭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대관령도 흰 눈에 덮일 것이다. 부드럽고 화사한 것들은 이제 모두 딱딱한 무채색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약동하는 봄과 작열하는 여름과 풍성한 가을, 그 뒤에는 어김없이 매서운 북풍한설의 동장군이 온다. 그것이 계절의 법칙이다. 겨울은 조락과 소멸의 상징이다. 하지만 겨울을 잘 맞는 일은 다음 봄을 위한 지혜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도 사계절이 있을 법하다. 실제로 그런 책도 있다. 30여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 5명이 공동으로 쓴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이다. 이 책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40명의 남성들을 10여 년에 걸쳐 추적한 전기적 면담 연구 보고서로 실증적 자료들이 강점이다.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많은 남성들의 경우 노년기에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정리해보고,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삶을 좀 더 값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한다고 한다. 물론 개인별로 독특성을 가지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공통성은 공유된다고 한다.

노년기. 생각해보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이다. 필자 역시 `나의 겨울`을 생각해본다.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 검사 시절부터 헌법재판관을 거쳐 대학 총장에 이르기까지, 절제와 균형과 성취와 결함을 수용하며 나의 가을을 지금 막 지나는 중이다. 지수화풍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존재. 생로병사의 과정은 생체 유전자의 예정된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영생을 일러주는 종교인도 거리의 노숙자도 대기업의 CEO도 예외 없다. 누구에게도 인생의 겨울은 찾아오리라. 긴긴 잠이 우리의 눈두덩 위로 무겁게 내려오리라.

하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다. 열반에 들기 직전 부처님의 유훈이기도 하다. 게으르지 말라! 이제 겨울을 맞는 저 들판의 뭇 생명들도 그러하리라. 태어날 때보다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다음 봄을 위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눈 내리는 저녁 숲에 서서 이렇게 노래했다.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아직 있도다.`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