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철과 신념

존경순위를 점검하고 행운을 잡아라 본문

성공

존경순위를 점검하고 행운을 잡아라

신오덕 2014. 11. 6. 14:39

 

[김세형 칼럼] 연금전쟁
기사입력 2014.11.04 17:18:46 | 최종수정 2014.11.04 17:28:04
보내기

 

독일의 기적을 일으킨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의 일화가 세계지식포럼에서 소개됐다. 아데나워는 73세의 고령 때문에 총리선거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 후 그가 총리로 일한 기간은 무려 14년이었다. 이때 그는 화폐 개혁을 포함해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를 구축했다. 그는 독일인 존경 순위 1위다. 좋은 리더의 등장은 항상 간발의 차이고 독일의 행운이다.

한국은 어느덧 말만 많고 행동은 없는 ‘NATO(no action talking only)’ 국가란 딱지가 붙었다. 그것을 뗄 좋은 계기를 만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공무원연금은 설계 잘못으로 이미 484조원의 펑크가 난 상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정부가 개혁하려다 슬그머니 후퇴했다. 김대중정부 때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통한의 악수를 뒀다. 오늘날 독일을 살린 것은 하르츠 개혁(2003년)으로 판명되나 슈뢰더는 개혁피로증으로 다음 선거에서 패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알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 혁파, 공기업 개혁을 진행 중인데 절반의 성공쯤 된다. 연금 수급자 34만명, 연금 가입자 106만명이라는 분명한 반대 세력을 겨냥해 연금 개혁에 나선 건 평가해줄 만한 용기다. 박 대통령은 “금년 내 개혁을 끝내달라”고 시한까지 걸었다. 그러나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 동안 동력을 잃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결사 반대로 거의 전쟁 분위기다. 프레임도 거창하다. 공무원 측은 개악이라 한다. 야당은 ‘군사작전’과 ‘사회적 합의’를 프레임으로 정했다. 현재의 연금은 지속 불가능함이 뻔히 숫자로 나와 있다. 반대 측의 프레임이 시간 끌기로 아예 무산시키려는 의도임을 국민이 눈치채지 못할까.

이번에 개혁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 5년간 33조원을 집어넣어야 하며 연간 6조원꼴이다. 이 돈이면 얼마 전 중국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며 뉴욕에서 사들인 월도프 호텔을 3개 사들일 금액이며 누리사업을 원활히 전개해 출산율을 확 높일 수 있는 금액이다. 1년이 아니라 매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여야 중진의원, 대학교수 등 10여 명과 ‘과연 한국은 앞으로 상승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여야 중진의원들은 “한국의 장래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선진화법으로 좋은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모든 개혁은 대통령의 힘이 센 초반 6개월이 골든타임인데 한국은 정부 구성조차 못한다. 대선에서 진 야당이 분풀이로 장관을 청문회에서 비토해버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기업들의 매출과 수출이 마이너스이고 중국의 큰 기업들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일자리는 생겨날 기미가 없다. 한국은 상투쳤다? 이 판국에 “국민과 미래 후손들의 희생으로 나의 노후를 책임져라”고 누가 말할 수 있으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을 보면서 관료들은 반성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합칠 때 저항하지 않은 것은 두 연금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나라 공무원들은 특혜에 가까운 철밥통을 처음부터 생산하지 않았다. 멀리 내다보고 현명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금제도를 인류가 최초로 도입했을 때는 평균수명 52세(독일 1859년 비스마르크), 인구증가형 국가를 가정하고 설계된 것이다. 인구가 감소세로 기울면 연금 자체가 사기극의 일종인 폰지게임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40%가량이 국민연금을 안 낸다. 청년 세대는 “안 내고 안 받겠다”며 할아버지 세대와 싸움한다. 이 같은 미래의 그림을 간파하고 싱가포르 뉴질랜드의 경우는 연금 대신 ‘강제저축’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과 사용주가 12.5%쯤 각각 내서 25%를 매년 쌓아가 노후를 준비한다. 현대 국가는 좋은 제도를 만드는 나라가 성공하고 윤택해진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희망의 돌파구가 돼야 한다.

[김세형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