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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고 미래로 가라

신오덕 2014. 12. 11. 13:44

[기고] ‘비선 의혹’ 통치 스타일 변화가 해답이다
기사입력 2014.12.10 17:06:15 | 최종수정 2014.12.10 19: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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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 유출은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고, 청와대의 신뢰는 무너졌으며, 집권당에 대한 실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왜 지라시(정보지)에 나오는 얘기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느냐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 원인을 제공한 면이 크다. 베일에 감춰진 대통령 행보, 투명하지 않은 의사 결정,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 문고리 권력 3인방의 눈치를 보는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

 

이런 비정상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비선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대통령은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했다” “문건은 터무니없는 얘기다”라고 불만을 터트렸지만 상황 인식이 잘못됐다.

 

유출된 문건은 청와대에서 작성해 비서실장에게 보고됐고 공공기록물로 등록된 것이다. 문건 내용을 확인할 책임은 언론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다.

 

더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미리 결론을 내리면 야당의 비판대로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꼴이 된다. 국민이 청와대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의혹과 불만이 분노와 지긋지긋한 혐오로 바뀌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의 인식과 통치 스타일을 바꿔 실추된 대통령의 권위(authority)를 복원시켜야 한다. 권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반면 권위는 강제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순종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권위 없는 권력은 위험하다.

 

모든 것을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위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각하”를 연거푸 외치고, 장관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받아쓰기한다고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권위의 시작은 권위주의와 오만한 겸손을 깨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몇몇 측근에 의존하는 기존의 국정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바꾸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사람을 바꿔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 주변에 보이지 않는 실세가 있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게 된다.

 

둘째,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을 존중하고 소통을 넓혀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도 없다”고 말한 만큼 비선·문고리 논란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야당 대표와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정조사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셋째, 집권당이 집권당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배려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의 눈치만 보면서 하명을 기다리는 초라한 존재로 전락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집권당은 주저 없이 할 말은 하고 청와대는 당의 아픈 말도 과감히 받아들이는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룩하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청와대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리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이번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위험하고 불안한 집권 3년차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무원 연금 개혁 등 핵심 국정 어젠더는 표류하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문건 파동 이후 대통령 지지도가 40%대 초반으로 추락한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하튼 대통령의 인식과 통치 스타일이 바뀌어야 비선도 사라지고 의혹도 사라질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인문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