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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이 있는 곳을 찾아라

신오덕 2014. 12. 12. 11:04

[I ♥ 건축] 행복한 아파트 만들기
기사입력 2014.12.11 17:20:25 | 최종수정 2014.12.11 17: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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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스리베이(3bay) 아파트 평면은 한옥과 유사하다. 한옥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방이 있고, 더 들어가면 마당 뒤로 대청마루가 있고 그 옆으로 안방과 건넌방이 있다. 보통 아파트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간방이 있고, 더 들어가면 부엌과 거실이 나오고, 더 들어가면 방이 2개 나온다.

 

이러한 전형적인 스리베이 아파트의 공간 구성은 한옥의 마당에 지붕을 씌워서 거실을 만들고, 대청마루를 식탁 놓는 자리로 만든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관계의 눈으로 살펴보면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 한옥은 대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서 앉은 후 창문을 열면 마당을 볼 수 있게 된다. 한옥에서는 방에 들어간 후에도 다시 외부 공간인 마당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순환형 네트워크 구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복도와 거실을 지나 방에 들어가게 되면 창문은 모두 바깥으로 향해 있다. 아파트에서는 일단 방에 들어가면 거실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관계 다이어그램이 만들어진다. 만약에 한옥처럼 아파트에서도 안방에서 거실을 향해서 창문을 냈다면 심리적으로 더 넓게 느껴지는 아파트 평면이 되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복도에서 나누어져서 일단 방으로 들어가면 방끼리 연결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는 공간 구성을 띠게 된다. 집에서 아이들이 자기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으면 나머지 식구들과 관계가 단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사생활을 만드는 데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기에는 좋은 구성이 아니다.

아파트도 한옥처럼 모든 방이 거실 쪽으로 창문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지금의 아파트도 거실을 향해 방문이 있긴 하지만 창문처럼 지나치게 공개적이 아닌 적절한 관계를 맺어주는 장치는 아니다. 부모는 안방에서 책을 읽고 있고, 창문을 통해서 거실 너머로 또 다른 창문으로 자녀가 공부하는 모습이 보이는 아파트를 상상해 본다. 창문 앞에 소파를 툇마루처럼 만든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 집에서는 가족끼리의 대화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