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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을 특이하게 디자인하라

신오덕 2015. 3. 20. 12:51
[I ♥ 건축] 도미누스 와이너리
기사입력 2015.03.19 17:55:26 | 최종수정 2015.03.19 18: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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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면 `헤르조그 드 뮤론` 이라는 건축사무소가 디자인한 도미누스 와이너리가 있다. 이 건축물은 가로로 긴 네모난 상자 모양이다. 특이한 점은 건축물의 입면이 철망 속에 돌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 철망 속의 돌이 들어간 것은 보통 토목공사에서 사용하던 `게비온`이라는 재료이다. 통상적으로 경사지 법면에 설치해서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기능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건축가는 특이하게도 이 장치를 건축물 입면에 설치했는데 그 생각의 배경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먼저 입면 구조를 살펴보자. 건축가는 두 개의 철조망을 만들어놓고 그 사이에 주변에서 구한 돌을 집어넣었다. 이때 아래쪽에는 작은 크기의 돌부터 쌓기 시작해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돌의 크기가 커지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조적으로 힘을 많이 받아야 하는 아래쪽은 밀도가 높게 만들고, 위로 갈수록 큰 돌 사이가 많이 빈 저밀도의 투광성이 높은 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만들어진 벽체는 캘리포니아의 강한 직사광선을 돌 사이로 투과시켜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해낸다.

입면을 특이하게 디자인하여 새로운 현상을 연출하는 것은 현대 건축에서 하나의 조류이다. 한때 건축가들은 현대 과학의 `카오스 이론`을 억지로 적용하려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불규칙해 보이는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들은 사실 자연의 겉모습만을 모방하여 건축을 `짝퉁`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반면 헤르조그는 겸허하게 `카오스`라는 주제는 천연 재료인 돌을 거칠게 사용함으로써 자연에 맡겼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본인은 그 돌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재료의 구축적인 부분만 개발하여 담당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 자연에서는 볼 수 없지만, 자연과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게 된 것이다. 자연의 겉모습을 모방하는 건축은 하수들의 건축이다. 고수는 자연을 모방하며 자연과 경쟁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본질을 이해하고 적용하고 자연과 협업한다. 도미누스 와이너리에서 건축가는 망을 만들고 돌을 쌓았을 뿐이고 태양광이 공간을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